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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김혜숙 Mar 23. 2024

그해 봄도 지나고 지금

긴 세월 내게 힘이 되고

살결에 피를 돌게 하던 존재로부터

 

세월 강 세월 들 세월 산

하늘과 바다는 멀리

계절은 돌고 돌고 몇 바퀴 도는 동안

 

철부지 어린 난 어리광에 살다

다 큰 나무가 되어도 푸른 나무일뿐

 

제대로 된 뿌리도 제대로 된 이파리도

가졌다 할 수 없는 때에도

발걸음 자박자박 등덜미 토닥이던

손길도 차분히 받아 내지 못했는데

 

그해 봄 당신은 홀연히 가시고

신불산 능선 억새는 봄이 와도 

하얗도록 산 아래로 내려올 뿐

 

작천정 옛 시인의 놀이터는

벚꽃이 한창 흐드러지고

내게 시를 읊으며 곡소리하라는

냇물은 풀려 돌과 돌사이로 

돌아 흘러가는데

 

간 사람의 소식 이와 같으니

그리우면 그리운 데로 

그렇게 살아지라 합니다

 

멀리도 가까이도 어른거리는 당신

살아질수록 더 깊어 갑니다 



#어머니 살던 집 3년 만에 세입자 들이고 온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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