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내게 힘이 되고
살결에 피를 돌게 하던 존재로부터
세월 강 세월 들 세월 산
하늘과 바다는 멀리
계절은 돌고 돌고 몇 바퀴 도는 동안
철부지 어린 난 어리광에 살다
다 큰 나무가 되어도 푸른 나무일뿐
제대로 된 뿌리도 제대로 된 이파리도
가졌다 할 수 없는 때에도
발걸음 자박자박 등덜미 토닥이던
손길도 차분히 받아 내지 못했는데
그해 봄 당신은 홀연히 가시고
신불산 능선 억새는 봄이 와도
하얗도록 산 아래로 내려올 뿐
작천정 옛 시인의 놀이터는
벚꽃이 한창 흐드러지고
내게 시를 읊으며 곡소리하라는
냇물은 풀려 돌과 돌사이로
돌아 흘러가는데
간 사람의 소식 이와 같으니
그리우면 그리운 데로
그렇게 살아지라 합니다
멀리도 가까이도 어른거리는 당신
살아질수록 더 깊어 갑니다
#어머니 살던 집 3년 만에 세입자 들이고 온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