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아무 예고도 없더니
밤새 방충망 사이로 몰래
새벽녘 들이닥쳤던 범죄자들
와르르 창문을 후려쳤는가
베란다에 사고를 치고 순식간
퍼다 붓고 고액 이자를 떠넘기듯
고리대금 업자 대동 창밖에서
빚더미 던지고 호통치고 가산을
넘보다 아침이 되어 몰려 나갔다
베란다엔 없는 이자 갚듯 걸레 들고
바가지로 퍼서 나르면서 어린 날
앞집 장미네 안방 양동이에 넘치는
빗물을 보면서 장미는 울고
별명이 장마인 장미는 그 이후
이사 가고 그리움으로 남았다
어린 날은 철부지
장미와 장마는 다른 것이었다
[장마]ㅡ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