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마

by 은월 김혜숙



초저녁 아무 예고도 없더니
밤새 방충망 사이로 몰래
새벽녘 들이닥쳤던 범죄자들
와르르 창문을 후려쳤는가


베란다에 사고를 치고 순식간
퍼다 붓고 고액 이자를 떠넘기듯
고리대금 업자 대동 창밖에서
빚더미 던지고 호통치고 가산을
넘보다 아침이 되어 몰려 나갔다


베란다엔 없는 이자 갚듯 걸레 들고
바가지로 퍼서 나르면서 어린 날
앞집 장미네 안방 양동이에 넘치는
빗물을 보면서 장미는 울고


별명이 장마인 장미는 그 이후
이사 가고 그리움으로 남았다


어린 날은 철부지
장미와 장마는 다른 것이었다


[장마]ㅡ은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