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는 삶은 조용하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빠져나온 이름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사라진다
초여름 볕 아래
잠깐 스쳤던 인연 하나
로즈메리 향처럼
잔잔히 남아 마음을 저며오고
박하 향처럼
문득, 차갑게 들이치는 공허함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의 기억에도 머물지 않음을 느낀다
엉켜 있던 시간도 이젠 다 풀렸고
우리를 이어주던 실도 바람결에 멀어졌으니
남은 건
잊히는 순간마다 피어나는 외로움의 향기뿐
향으로 남았다가
그렇게 향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매시간 혼미하게 왔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