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산,
그 거대한 숨결 앞에 서니
나는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이었다
눈 덮인 천지는 말이 없고
하늘은 가깝고도 멀었다
그리움의 끝이라 믿었던 순간
그곳은 오히려 내 안의 허기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흰 수면 아래로 어머니의
체온 같은 기억이 흐르고
당신의 목소리의 울림이 흩날렸다
나는 사모했다가 멀리서 바라보고
돌아섰지만 가슴은 뜨겁고 눈시울은
벅찼다
핏줄처럼 이어진 인연,
그 연이 끊어지지 않음을
느낄 때 비로소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게
이 거대한 자연 앞에 교만했는지를
장백산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을 품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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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중
*2025년 5월 24일 백두산 천지를 내려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