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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환과 한범

중국 윤동주 생가와 송몽규 생가에서

by 은월 김혜숙

해환과 한범



함경북도 그리고 북간도에서

명동촌으로 그의 탄생은

여덟 해만에 세상 본 이후


재봉틀은 해환의 손에서 놀았지만

숟가락이란 콩트로 신춘문예

시인의 문을 먼저 두드린 한범


해환은 한범형이 부러워

오봉산 선바위 아래 육도하

물길 따라 자존심을 흘려보내며 살았다


명동촌은 불탄 학교 다시 세웠다는

외삼촌은 동네 어귀를 돌상으로

지키고 있었고 한범의 옛집은

낯선 이가 뒤방 창고에서

한범 책은 간데없고 사촌동생 책만 팔고


해환의 튓마루에 앉은 이들은

서로를 ‘동주’라 불렀고 마당에 깔린

시비를 막연한 동경 속에 담아냈다


해환이 떠난 지 80년

무덤 위에 돋는 풀을 눈가에

이슬처럼 담으려 했지만

보슬보슬 비만 내리고

타국의 욕심 많은 손들


아귀다툼과 보이지 않는 전쟁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내 사랑이 내 사랑을 빼앗긴 이 현실

그 거울을 누가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낼까


만 육십구 년 하고도 칠 개월

나는 해환, 그리고 동주의 집을

이제야 찾았다





*해환 ㅡ어릴 때 윤동주이름

*한범 ㅡ어릴 때 송몽규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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