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거대한 짙푸름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그 안에선 이미 공모가 시작되었고,
누군가는 나 대신 들어가
햇살을 숨기고, 그림자를 키우고 있다
그림자와 그늘은 자리를 다투고
햇살과 하늘은 하루 종일 숨바꼭질하며 논다
나는 그 사이,
숨도 쉬지 못한 채 지상에 붙들려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지한 것들 속에서 조롱당하며
서쪽 하늘 노을 질 때쯤,
하루가 체기처럼 목에 걸려
기침을 하고,
저녁밥과 찬 앞에 겨우 앉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눈꺼풀 속 그림자로 방문을 열고
급히 들어가 내일을 상상해 본다
오늘 점심,
편의점 라면과 삼각김밥
서둘러 씹으며 받은 업무지시
컴퓨터 앞에서 고개 몇 번 끄덕이다
후회도 없이 지나간 하루
창밖은 어둡고
숲은 이제 누군가의 집이 될 시간
앞으로 매미가 소리를 높일 그 안을
조금은 원망하면서
또 한 장의 지시서를 안고 잠든다
언제쯤, 나는
저 숲처럼 무성한 여유를 품고
눈을 치켜뜨고
“우우우—” 소리쳐 볼 수 있을까
잠실 벌에 솟은 저 타워만큼
하늘을 찌를 듯한 내 하루도 언젠가는
숲처럼 숨 쉴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