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

by 은월 김혜숙



사는 게 다 그렇지
잘나도, 못나도
배 꺼지면
입에 욕부터 담긴다

육 첩 반상 둘러앉아
쩝쩝대는 소리 말곤
나눌 말도 사라진다
말이 아니라
밥이 먼저니까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
속 끓다 못해
눈빛까지 타 들어간다
누구 하나 숟가락 내밀지 않으면
그 자리는 침묵 아닌
신음이다

사람이란
배 속 비면
속내도 거칠게 터져 나온다
사는 게 힘들면
마음부터 부스러진다

한 술—
그 한 술이
세상의 전부일 때가 있다

[ 밥 한 끼] ㅡ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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