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

가을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길이 길어지는

by 은월 김혜숙


얼마나 오금을 시리게 할까

검불처럼 삶이 저물고

동면을 재촉하는 군상들 사이로

한로는 서늘히 스며든다


두어 계절 힘쓴 보람,

모두 내어주고 물러나는 자연처럼

사람 또한 그 몫을 다하면

조용히 비워내는 법


젊음은 무르익어

낮과 밤이 뒤바뀌어 접히고

늙음은 허리 굽는 일,

그 또한 자연의 섭리다


절기는 해마다 오가고

늘 푸르기만 할 수 없는 법,

한로란 이름 속에 낮과 밤 길이 바뀐

우리의 시간도 조용히 흘러간다



[ 한로 ] ㅡ은월



*한로 ㅡ우리나라 절기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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