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비부비 천년 손

천태산 은행나무 영국사 가는 길 1000년 고목

by 은월 김혜숙

어머니의 손끝에는

절박한 생의 냄새가 묻었습니다


나는 그 마른 손등 위에서

가을을 배웠습니다.

지금, 천태산 오르는 영국사 길

천년 된 은행나무가 우두커니 나를 바라봅니다


아무 말 없이,

잎맥 따라 흐르는 세월 내 숨결을 더듬습니다


그때의 외로움도 어머니의 고단함도

모두 바람 되어 나를 스칩니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에서 자란

부모의 바쁜 걸음 속에 저녁마다

혼자였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때도 집 앞 광화문 거리도

천태산 중턱 이곳도

부채꼴 한 잎이 손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손인가,

세월의 위로인가 묻게 됩니다.

은행잎의 금빛 흔들림 속에

서로 부비고 견딘다는 일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나와 어머니가 보듬었던 시간을 들고

이제는 나란히 천태산을 올라갑니다


어머니가 그랬듯,

그 생 더듬더듬 산길을 걸으며 은행잎 손

뻗어내는 나 또한 천 걸음을 향해 조용히 견디어 갑니다



[부비부비 천년 손]-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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