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마주 보고 서 있어도
세상은 늘 고르지 않습니다
어느 쪽은 빛이 먼저 들고
어느 쪽은 그늘이 길게 남아
마음의 온도가
서로 다르게 식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잊고 사는 삶을 아파하듯
모르는 사람끼리 어깨를 스치며
괜히 미안해하고
괜히 다행이다 위안하며
그저, 살아가야죠
부딪침 속에서도
심장은 제 몫의 박동을 멈추지 않고
낯선 얼굴 사이로
작은 체온 하나 건네받는 일에
하루를 기대어 봅니다
저 애쓴 계절을 보세요
바람은 제 살을 깎아
마른 가지 끝을 붙들고 있었고
땅은 얼음 아래서
말없이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듯 보였지만
아무 일도 아니지 않았던
그 긴 견딤의 시간
그 속에서
세상 첫발을 내딛는 새싹은
소리 없이 밀어 올립니다
자기보다 큰 흙을,
자기보다 깊은 겨울을
연약하다는 이유로
먼저 포기하지 않고
작다는 이유로
자기 몫의 봄을 미루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러 기로 해요
고르지 않은 세상 위에
조심스레 발을 얹고
혹여 넘어질지라도
흙 묻은 손으로 다시 일어나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애잔하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
언젠가 돌아올 따뜻함을 믿으며
오늘의 차가움을 견디는 일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서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마침내
벚꽃처럼 흩어질지라도
한 번은 피어났다는 사실로
우리의 하루가
서로에게
작은 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