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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환한 죽비

통도사 자장매(홍매화)

by 은월 김혜숙







긴 세월 억 겹을


싸매고 손은 바쁘게


닿도록 생살을 어루만지고


진피까지 녹아낸 몸 가늘길 없어


스스로 배를 저어 들어가시고



불효가 부끄럽게 피었으니


어머니를 홍매화에


묶어두고 난 절절매고


이러저러 나눠내다 짐을 메고


말았다



통도사 홍매는 날 단죄 못한 바


어미 마음과 자식 마음 어이 하런지


꽃 지기 전에 무릎 꿇고 죽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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