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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죽음, 수면의 철학

by 신아르케

삶을 지탱하는 요소는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깊은 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구조 속에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근본 조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잠을 위해서는 하루의 질서가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일정 시간 이후에는 음식을 삼가고, 강한 자극이나 과도한 정신 활동을 피하며, 낮 동안에는 몸을 충분히 움직여야 한다. 결국 우리의 생활 습관은 모두 밤의 쉼을 향해 모인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깊고 온전한 잠이라는 결실을 맺는 것이다.

수면의 힘은 압도적이다. 한밤의 숙면은 면역력을 회복시키고,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재건한다. 반대로 잠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몸은 병에 취약해지고, 사고력과 감수성은 둔화되며, 정서적 균형마저 잃는다. 나이가 들수록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균형이 깨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잠은 보이지 않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단순하고 분명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불면을 가볍게 여기거나, 의도적으로 잠을 줄여 삶의 활력을 갉아먹는다. 이는 인간이 얼마나 우매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건강과 행복을 원하면서도, 그 근본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에서 무엇보다 먼저, 밤의 쉼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잠은 단순한 생리적 과정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죽음과 같다. 의식을 내려놓고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인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다. 수면은 죽음의 예행연습이자, 동시에 다시 살아나는 재생의 의식이다. 이 성스러운 과정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을 가볍게 여기는 것과 같다.

깊은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하루를 정화하고, 존재를 새롭게 창조하는 시간이다. 매일의 죽음을 경건히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매일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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