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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와 돈, 그리고 사이버 렉카의 덫

by 신아르케

한국 사회에서 돈과 유명세는 양날의 검이다. 많은 이들이 부와 명예를 성공의 표지로 여기지만, 그 순간부터 또 다른 사냥감이 된다. 유명해지고 부유해질수록, 이를 시기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집단의 공격에 노출되기 쉽다. 한국의 온라인 생태계에서 이 현상은 특히 극적으로 드러난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는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포장하여 퍼뜨리고, 대중의 클릭과 분노를 먹고 자란다. 사실 여부는 부차적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분노를 자극하여 조회수를 확보하느냐이다. 그렇게 한 번 낙인이 찍힌 사람은 단숨에 사랑받던 인물에서 온갖 욕설과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대상으로 추락한다.

가수 김건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2019년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회적 파장을 겪었고 혼인 관계도 깨졌다. 결국 검찰은 2021년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2022년 항고 기각으로 사건은 종결되었으나, 이미 실추된 이미지와 단절된 활동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법적 무죄 판결이 곧 사회적 무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억울함을 입증해도 남는 것은 상처와 손실뿐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는다. 사이버 렉카는 사회적 악순환을 고착화한다. 루머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광고 수익으로 환전되며, 그 돈이 다시 또 다른 희생자를 찾는 동력이 된다. 심지어 일부 채널은 부정적 이슈를 만들기 전 거액을 요구하거나, 사실상 공갈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권력과 입법은 뒤늦은 논의에 머물고 있다.

물론 현행 법 체계에는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온라인 정보의 속도와 파급력은 법의 속도를 압도한다. 피해자가 정정과 구제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너무 길고, 그 사이 피해는 회복 불가능하게 확산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회적 방어망이다.

첫째, 플랫폼 수익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허위·과장 콘텐츠로 얻은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 둘째, 사실 확인 의무와 정정보도 의무를 강화하여 피해자 구제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반복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채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과 계정 제재가 필요하다.

돈과 명예를 향한 욕망은 인간 사회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악용하는 구조와 집단적 폭력에 눈을 감는다면, 결국 사회 전체가 불신과 혐오 속에 갇히게 된다. 부와 유명세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변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와 윤리적 각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것은 단지 유명인을 위한 보호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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