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달리기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되었다. 가끔은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인생이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나누기도 한다. 그만큼 달리기가 행복과 성취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아이들도 이른 나이부터 달리기를 생활의 루틴으로 삼기를 바랐다.
그 순간이 바로 어제 찾아왔다.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둘째가 엄마 아빠의 달리기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중, 쇼핑몰에서 먼저 말을 건넸다.
“저도 같이 달려 볼까요?”
아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달리기는 신발과 옷부터!”라며 곧장 아이와 함께 러닝화를 고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우리 집 러닝 크루에 둘째가 합류했다. 이튿날 아침, 스터디카페에 가기 전 엄마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아이의 첫 달리기를 함께했다. 달리기를 마친 아내는 “정말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종종 공부와 달리기를 연결해 생각한다. 수능을 잘 치르려면 성실한 공부가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이해력, 집중력, 정보 처리 속도가 결정적이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면, 하드웨어가 원활히 작동해야 소프트웨어도 제 기능을 발휘한다. 달리기는 심폐 지구력을 키우고, 뇌에 산소를 공급해 사고를 맑게 하며, 스트레스까지 해소해 준다. 꾸준히 달리기를 이어가는 학생이 학원 수업 한 시간을 더 듣는 학생보다 오히려 성과가 나은 경우도 본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좋은 대학에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습관을 일찍 갖는 것이다. 달리기를 루틴으로 삼은 사람은 어떤 길을 걷든 회복력과 자기 조절력이 다르다. 만약 둘째가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달리기를 꾸준히 이어 간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물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신발 끈을 조이는 그 작은 행동이 아이의 미래를 오래도록 지켜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