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함 이후의 삶에 대하여

by 신아르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인생은 반드시 고되고 치열해야만 제대로 사는 것일까. 쉽고 평안하고 무난한 삶은 어딘가 잘못된 선택일까. 고난과 어려움이 없는 인생은 얕고 가벼운 삶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오랫동안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것이 성장 배경의 영향이었는지, 타고난 기질 때문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목표를 정하면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했고, 하기 싫어도 루틴을 지키며 버텨야 한다고 믿었다.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신념은 나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삶의 태도와 정반대의 삶이 과연 나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싫어한다. 쉽고 평안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태도에 대해 유난히 경계심을 가져왔다. 편안함 속에는 안주가 숨어 있고, 만족은 곧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늘 따라붙었다. 그래서 힘들게 목표를 정하고, 하기 싫어도 고통을 견디며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삶만이 정당한 성장의 방식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정말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길일까. 즐겁게 몰입하면서도, 기쁘게 반복하면서도 성장은 가능하지 않을까. 정신적·영적 성장은 반드시 어려움과 결핍을 통과해야만 얻어지는 것일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오늘의 삶을 재미있고 기쁘게 살아가는 태도는 왜 늘 의심의 대상이 되는가.

나는 무언가를 꼭 이루어야만 하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현재의 나를 넘어서는 초월이 늘 요구되었고, ‘그냥 이대로 괜찮다’는 생각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평범한 삶, 보통의 인생은 어딘가 부족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정말 인생은 특별해야만 가치 있는가. 눈에 띄는 성취 없이 살아가는 삶은 실패한 삶인가.

이제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고, 돌아보면 어느 정도의 성취도 이루어왔다. 경제적으로든, 지식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분명히 나는 내 몫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며,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과 경험으로 인생을 조금 더 수월하게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평온함 속에서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감사하며 만족하는 태도는 정말 나쁜 것일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평온은 게으름이나 편의주의, 책임감 없는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삶을 성급히 몰아붙이지 않는 태도이며, 불안이 아니라 신뢰 위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자세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덕목은 더 큰 욕심이 아니라 절제일지도 모른다. 더 높은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충분히 숨 쉬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여유와 평안함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중년이 되었기에 감당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책임일 것이다.

치열함은 분명 아름다운 미덕이다. 그러나 치열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다. 어떤 삶은 달리며 완성되고, 어떤 삶은 멈추어 서서 비로소 깊어진다. 이제 나는 후자를 배워가고 싶다. 더 이상 증명하기 위해 살기보다, 이미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