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한 사람의 가능성이 팀이 되는 순간

by 신아르케

최근 한 인공지능 모델의 발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동안 특정 분야의 전문가 업무를 보조하거나, 기업 사무 환경을 효율화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내던 회사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모델이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편리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대체될 수 있는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는 기업에 몸담은 적이 없기에 그 충격을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도구가 나의 전문 영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탐구해 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직접 사용해 보았다. 이것저것 기능을 시험해 보면서, 단순한 호기심이 어느 순간 확신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나는 입시 영어 학원을 운영한다. 입시 학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시험지를 분석하고, 변화하는 출제 유형에 맞추어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일이다. 시험지 분석 자체는 시간이 들더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진짜 어려움은 그 다음 단계다. 시험 범위에 포함된 수십 개의 지문을 다시 분석하고, 학교 유형에 맞는 문제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모의고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노동을 요구한다. 한 회 분량의 시험지를 온전히 제작하는 데 보름 이상이 걸릴 것이라 예상해 본 적도 있다. 그것도 숙련된 교사에게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내가 스타 강사이고 여러 조교를 고용할 수 있다면 모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은 외부 유료 사이트의 문제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사용해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직접 설계한 기준과 의도를 입력하면, 반복적인 편집과 형식화 작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 수행해 준다. 지문을 분석하고, 학교 스타일에 맞는 문제 유형을 제안하고, 해설을 구성하는 과정까지 지원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조교 팀이 곁에서 함께 일하는 느낌이었다.

이 지점에서 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었다. 내게 인공지능은 ‘노동을 줄이는 도구’라기보다, ‘설계에 집중하게 만드는 도구’였다. 이전에는 타이핑과 형식 맞추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면, 이제는 문제의 의도와 학생의 사고 과정을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본질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물론 기술의 발달은 불안을 동반한다. 한 사람이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다룬다면, 과거에는 한 부서가 맡았을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인공지능은 인간을 무용지물로 만들기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한 사람의 역량을 집단의 역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레버와 같다.

중요한 것은 도구 그 자체가 아니다. 질문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가? 아이디어와 방향이 없다면 인공지능은 그저 빠른 계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분명한 의도와 설계가 있다면, 그것은 상상에 머물던 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힘이 된다. 자본과 시간, 공간의 제약 때문에 포기했던 일들이 이제는 실행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온다.

나는 아직 이 변화가 두렵기보다는 설렌다. 기술은 여전히 도구이고, 인간은 여전히 방향을 정하는 존재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잠재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지렛대일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지렛대는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줄지도 모른다. 거대한 자본이나 조직이 아니어도,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실행력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는 인간을 지우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 시대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두려움보다 기대를 느낀다. 그리고 그 기대를, 이번 학기 시험지 제작에서부터 실천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