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반응하지 않는 지혜: 부정적 감정과 실존의 균형

by 신아르케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과연 지혜일까? 나는 자존심이 강한 편이라, 컨디션이 나쁠 때조차 마음속에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이나 생각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맞서 싸우며, 이성을 동원해 그 원인을 집요하게 분석해 왔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상당한 감정적,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통찰 역시 깊고 값지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해답을 얻었다 해도, 감정의 잔재는 종종 남아 신체나 정신이 피로할 때마다 다시 살아나곤 한다. 나의 좌뇌는 그런 상태에서 과거의 기억 창고를 열어, 쉽게 손에 닿는 사건이나 사람을 끄집어내고는 그것을 원인 삼아 다시금 부정적인 사고를 증폭시킨다. 좌뇌의 분석은 일면 타당해 보이고, 그 비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생각이 깊어질수록 방향이 극단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성적 판단은 종종 나의 주관과 감정이 개입된 편향된 관찰에 기반하기 쉽다. 그렇게 반복된 생각은 학습의 원리에 따라 신경회로를 강화시켜 버린다. 특정 감정과 사고가 반복되면, 어느새 가벼운 단서나 자극만으로도 그 감정이 자동적으로 소환되는 패턴이 형성된다. 이는 마치 자가발전기처럼 부정적 감정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일 때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잠시 비켜서는 태도는 과연 비겁함일까? 또는 실존의 본질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자세일까?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오랜 고민 끝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삶에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실존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면 기꺼이 사유의 시간을 들여 깊이 고찰하고, 신의 음성까지도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결론이 난 문제를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듯 반복하며 감정에 끌려 다니는 것은 오히려 삶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다.


특히 감정과 생각은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안정된 날에는 같은 문제를 바라보더라도 훨씬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반대로 피곤하거나 기분이 저하된 날에는 사소한 일도 부정적 프레임 속에서 왜곡되기 쉽다. 이는 우리 뇌의 생리적 작동 원리가 명확히 보여주는 사실이며, 일시적 감정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인 태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삶의 짧은 주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각과 감정에 대해 동일한 비중으로 반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그것이 발생한 맥락과 조건을 함께 보아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드는 생각은, 일주일쯤 지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차분한 오후,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떠오른 예전 고민이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그렇다.


따라서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지혜란, 모든 감정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절제력이다. 특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좋았던 상태에서의 생각과 감정들을 기억하고 의도적으로 되살리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인생의 밤과 겨울 같은 시기를 맞더라도 그리 고통스럽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


쓸모없는 고통 속에 스스로를 가두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감정의 쓰나미에 맞서기보다, 그 파도를 유연하게 흘려보내며 나 자신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실존적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