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의 그림자, 존재의 윤리학
사람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카리스마, 곧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고유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아간다. 이 카리스마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외모, 언변, 성격, 지적 능력, 예술적 재능, 리더십 등… 인간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타인의 시선과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카리스마는 때때로 타고난 재능에서 비롯되며, 때로는 후천적 노력과 훈련을 통해 형성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었든 간에, 그 영향력의 범위와 강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
예를 들어, 외모를 생각해 보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사람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어린 시절부터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 단지 바로 옆 자리에 아름다운 이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관심과 감정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 존재가 나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은 긴장하고, 시선을 조절하며, 자신을 통제하려 애쓰게 된다.
그 존재가 내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사람의 관심을 얻고자 한다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반대로, 결혼한 사람이라면 마음의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 더 큰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다. 동성 간이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만약 상대의 외모나 태도에 대해 내가 열등감을 느낀다면, 그 감정은 시기나 경쟁심, 심지어 분노로까지 번질 수 있다.
결국 단지 외모 하나만으로도, 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카리스마적 영향을 행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외모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적 재능, 운동 수행 능력, 언어 구사 능력, 부드러운 성격, 유머감각, 강한 리더십, 좋은 목소리 등 모든 영역에서 개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통해 무언가를 발산하게 된다.
한 개인은 자신이 탁월해지기를 원하는 영역에서 후천적인 노력과 타고난 기질을 결합하여 카리스마를 형성해 나간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탁월한 카리스마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자신의 뜻과 방향에 부합하는 몇몇 영역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해 카리스마를 정제해 가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인식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깊이 성찰해 볼 지점이 있다.
카리스마를 갖춘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이기만 한가?
앞서 살펴보았듯, 카리스마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자체가 타인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다. 내가 직접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 불편함은 시기, 질투, 열등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극하고, 때로는 적대감이나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카리스마가 강한 존재는 주변의 적대나 공격 앞에서 단지 억울해해서는 안 된다.
카리스마 자체가 원인이며, 그것이 파동처럼 타인의 감정에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탁월함을 추구하는 자들은, 그 탁월함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감정적 대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 대가를 감당하고 싶지 않다면, 혼자 조용히 존재를 감추거나, 자신을 유약한 존재로 은폐한 채 익명 속에 살아가는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지혜로운 길일까?
우리는 탁월함을 감내할 수 있는 공동체적 분위기, 곧 서로의 존재를 견뎌내고 용납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타인의 빛남이 나의 어둠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나의 어쩔 수 없는 어두움이 타인의 빛을 꺼뜨리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서로를 견디어 주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의 존재로 인해 불편함을 느꼈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유 없이 불편한 존재였을 수 있다.
사회가 카리스마 있는 개인을 정죄하거나 제어하려는 분위기로 흐르게 된다면, 그 사회는 개인의 잠재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공동체란, 타인의 고유한 카리스마를 불편하더라도 용인해 주고, 동시에 자신의 영역에서도 탁월함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사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야말로 개인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으며, 공동체 또한 성숙해진다.
카리스마는 단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감내하고 나누어야 할 책임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