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결제가 안 되는 커머스에서 매출을 만들어야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by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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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x년 4월, 단감마켓이 정식으로 런칭했다. 몇 달간의 준비 끝에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지만, 막상 오픈하고 나니 예상하지 못했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결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커머스 서비스인데 결제가 안 된다니? 하지만 초기 단감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형 커머스였다. 그래서 고객이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더라도 결제 단계에서는 각 판매자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이동하는 구조였다.


즉, 서비스 안에서는 상품 구경만 가능하고 실제 구매는 외부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였다. 문제는 명확했다. 이 구조에서는 중개 수수료만으로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미 정해진 구조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부연설명하자면, 이 비즈니스 모델은 내가 합류하기 한참 전부터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정해진 선택이라고 한다.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실무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하나였다. 이미 정해진 구조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각 파트 담당자들은 이 구조에 대한 문제들을 계속 제기했다. 하지만 개선안이 결정되고 실제로 실행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나는 지금의 구조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전략을 투트랙으로 세웠다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내부와 외부 채널의 역할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었다. 먼저 서비스 내부에서는 포인트, 게임,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해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활동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 단계에서 목표는 당장의 매출이 아니었다. 트래픽, 체류 시간, 사용자 행동 데이터 같은 지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즉, 서비스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유저가 무엇을 누르고 어디에서 머물고 어디에서 이탈하는지,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기에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쌓는것 자체가 목표였다.


매출은 외부 채널을 활용했다

결제 시스템을 붙이기 전까지, 매출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였다. 우리가 직접 운영하며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트래픽과 매출, 두 가지 지표를 동시에 만들어내야 했기에, 서비스 안에서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만들고, 서비스 밖에서는 매출을 만들기로 했다.


상품 클릭률이 낮았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또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고객들이 피드를 스크롤하다가 상품을 클릭하지 않고 그대로 이탈하는 것.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 하나의 실험을 진행했다. ‘상품을 구경하면 포인트 지급’이라는 베네핏을 도입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상품 클릭률이 단기간에 눈에 띄게 상승했고, 고객들은 확실히 상품을 더 많이 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클릭률은 늘었지만 구매 전환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고객들은 포인트를 받기 위해 상품을 눌렀지만, 그 행동이 상품 탐색과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행동을 만드는 것과 구매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 실험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포인트라는 베네핏은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이 구매로 이어지는 맥락 안에 있지 않다면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즉, 행동을 만드는 것과 구매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 경험은 이후 CRM 메시지와 프로모션 전략을 설계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됐다. 단순히 행동을 유도하는 혜택이 아니라, 구매라는 있는 맥락 안에서 작동하는 혜택이 필요하다는 점이 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품을 클릭하면 포인트를 주는 방식보다는,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이나 구매 후 지급되는 리워드가 실제 전환을 만들어내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


결국 고객 행동에는 서로 다른 동기가 존재한다. 탐색을 유도하는 동기, 참여를 유도하는 동기, 그리고 구매를 유도하는 동기다. 이 세 가지는 같은 방식으로 설계할 수 없다. 이 경험을 통해 그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의외로 매출은 네이버에서 만들어졌다

실제 매출을 만들어준 채널은 생각보다 명확했다. 네이버 쇼핑 광고였다. 메타와 구글 광고는 트래픽을 늘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구매 전환율은 낮았다. 반면 네이버는 달랐다. 검색 기반 채널인 만큼 이미 구매 의사를 가진 고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여정도 명확했다. 상품 검색 → 비교 →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이 덕분에 광고 전환 효율은 네이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래서 광고 예산을 과감하게 네이버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단감마켓의 초기 매출을 이끄는 핵심 채널이 되었다.



신사업 마케터의 한마디

돌이켜보면 내부 결제 시스템도 없는 상태에서 매출을 기대하는 건 사실 무리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구조에서도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현실적인 조건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내는 것. 아마 그게 신사업 마케터에게 가장 많이 요구되는 역할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행했던 리서치와 설문조사, 그리고 그 결과가 서비스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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