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떠한 과학적 근거나 실험 또는 철학 및 인문학 유명인들의 주장이나 저서 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10년 만에 부산으로 놀러갔습니다. 서울에서 벗어난 건 거의 2년 만이었습니다. 게다가 살이 꽤나 빠져 최근에 산 옷핏이 좋아진 상태라 더욱 만족스러웠지요.
내려가는 기차에서 글도 쓰고, 친구 집에서 묵으며 처음으로 서핑도 했고, 부산의 길거리도 정말 오랜만에 구경하며 맛집들도 다녔습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며 값진 시간들이었죠.
하지만 이번 여행은, 무엇을 하든지 늘 완벽함을 추구하는 저의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죠.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탱탱함을 떠올리며 부린 멋도 거울 속 30대의 아저씨로 인해 빛이 바랬고, 살이 많이 빠졌다는 생각도 서핑 보드 위에 서서 찍은 사진 속 뚱뚱한 사람으로 사라졌습니다.
서핑을 하다가 완벽하게 일어섰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파도에 의해 넘어지거나 파도가 생각보다 약해서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또 파도는 완벽했지만 제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해 그대로 바다에 빠졌기에 서핑을 제대로 했다는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부산의 길거리도 10년 전에 봤던 특유의 느낌이 사라져 어느덧 서울과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물론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느낀 바는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여행 자체로만 봤을 때 제 기준에는 완벽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완벽하다’고 생각 든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든 여행에 대한 소감은 ‘끝내줬다'였지 ‘여행 전체가 완벽했다'는 아니었던 것이죠.
생각해 보면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과거의 많은 부분에서 언제나 전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완벽하다 느낀 것들이, 막상 끝나고 나면 단 하나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생각이 들곤 했죠.
저의 이런 모습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도중에 쉽게 포기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변해 갔고, 더 나아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완벽하지 않을 것 같으면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어느새 이런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나는 왜 완벽한 것을 바라지?’
그와 동시에 완벽함이란 것을 바라기만 했지, 완벽한 것이 무엇인지는 단 한순간도 알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완벽‘에 대해 물음표를 찍게 만들었지요. 그렇기에 늘 해오던 대로 ‘완벽’이란 단어가 무엇인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완벽(完璧)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 결함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
완벽의 뜻을 찾으며 저는 몹시 놀라웠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일단 놀란 이유는, 완벽이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덕에 제가 평소 단어를 쓸 때 느낌만으로 대충 썼다는 것도 알게 됐죠.
여기에 더해 흥미를 느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완벽이란 단어가 단순히 한자 두 개를 합쳐 만든 단어가 아닌, 고사성어에서 유래된 단어였기 때문이죠.
완벽귀조(完璧歸趙)
흠이 없는 구슬을 조나라로 돌려보내다
사실 고사성어의 뜻을 봐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유래가 흥미로웠습니다. 유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의 조나라 왕에게는 '화씨지벽'이라는 세상에 드문 고귀한 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소문을 들은 그 당시 강대국 진나라의 왕은 진나라의 성 15개와 화씨지벽을 교환하자고 얘기한 거죠.
이 말에 조나라 왕은 걱정이 태산처럼 커졌습니다. 강대국의 말에 응하자니 물건만 뺏기고 성은 안 줄 거 같고, 거절하자니 이를 명분 삼아 쳐들어와서 화씨지벽을 빼앗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전전긍긍하던 찰나, 신하 중 한 명이 왕에게 고합니다.
"뛰어난 지혜와 기지, 그리고 용기를 가진 인상여를 사신으로 보내시길 주청드립니다."
이에 조왕은 인상여에게 화씨지벽 옥을 주고 진나라로 보내죠.
진나라로 간 인상여는 즉시 옥을 진나라 왕에게 바칩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15개의 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고 옥에 대한 감탄만 하자, 이를 예상했던 인상여가 진왕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그 옥에 한 군데 조그마한 흠집이 있어 가르쳐 드리고자 합니다.“
진왕은 이 말에 속아 별 의심 없이 옥을 내주었고, 이를 받은 인상여는 다시금 말을 했습니다.
“조나라는 신의를 지켰는데 진왕께서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으신 것 같으니, 옥은 도로 가져가겠습니다. 이를 허락하지 않으시면 바로 부숴버리겠습니다. “
이에 할 수 없이 진왕은 인상여를 정중히 놓아주었고, 옥과 함께 조나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전국시대는 기원전 4백년 경이고, 두 나라의 수도 간 거리는 대략 900km 정도라고 합니다. 기원전에 왕복 1800km를 말타고 오가면서 도적도 피하고 제대로 보관하기란 정말 어려웠을 텐데, 끝까지 흠이 없는 옥으로 지켜냈다고 하니 엄청 힘든 일을 해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흠집 하나 안 생기게 잘 가지고 다닌 것도 대단하지만,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옥이 얼마나 아름다웠길래 저런 일이 일어났고 완벽이라는 단어까지 생겼나 싶더군요.
그래서 화씨지벽이 뭔가 하고 찾아봤습니다.
화씨지벽
변씨의 옥으로 흠이 없고 완벽한 옥
당연히 화씨 성을 가진 사람의 옥인가 싶었는데, 뜻밖에 변씨의 옥이라길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유래를 찾아봤죠.
전국시대 초나라에 살던 변씨 성을 가진 변화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변씨는 어느 날 산속에서 한 돌덩어리를 보고 직감적으로 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길로 초나라의 여(厲-엄하고 단호한)왕에게 그것을 바칩니다. 그러나 왕은 보잘것없는 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속인 변씨의 왼쪽 발을 자릅니다.
이후 변씨는 다음 왕인 무왕에게 다시 바쳤지만 무왕 역시 똑같은 이유로 변씨의 오른쪽 발마저 자르죠.
이에 억울했던 변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변씨가 진심임을 안 무왕은 다시금 조사해서 그것이 흠이 없는 옥이란 것을 알게 되어 국보로 삼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옥은 후에 조나라로 넘어가서 ‘완벽귀조’의 주인공이 된 것이죠.
이 와중에 화씨지벽이 된 이유는 ‘변’은 그저 일개 성씨라 '조화와 평화'에 사용되는 ‘화’자가 귀하고 흠없는 옥에 어울린다 하여 바뀌게 됐다고 합니다.
불쌍한 변씨, 두 다리가 잘리고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하는데 성까지 바뀌니 남은 것이 뭐가 있을까 싶네요.
원래 단어의 유래는 혼자 재밌게 읽고 넘기는 편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점점 느껴지는 ‘완벽’이란 글자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하셨으면 싶어서 적어 봤습니다.
물론 유래를 보더라도 여전히 완벽의 뜻과 의미를 모르겠어서 하던대로 어원도 찾아봐야겠지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