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향기를 좋아하나요?

태화의 작은 메모들

by 태화

사람마다 좋아하는 향기는 다양하다. 아카시아 냄새, 봄 냄새, 꽃 냄새 등 대체로 향기로는 냄새를 선호한다. 하지만 난 사람들과는 다르게 특이한 냄새를 좋아한 다. 바로 타는 냄새.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분유 먹이는 것부터 기저귀 가는 것. 옷 입히는 것, 씻기는 것까지 모든 것이 할머니의 몸이었다. 할머니는 그런 나를 자식처럼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셨다. 물론 14살이 된 지금도 나는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할머니가 평소답지 않게 음식을 자주 태우셨다. 내가 잊어버리지 말고 잘 챙기라고 말해도 음식을 태우셨다.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원 때문에 할머니를 도와드릴 시간이 거의 없었다. 결국 학원만 갔다 오면 집안에 는 탄 냄새가 가득했고 그 냄새는 공장에서 나오는 매인 냄새와 매우 유사하였다. 한마디로 최악 그 자체였다.



1달이 지나도 2달이 지나도 할머니의 건망증은 나아질 생각을 안 했다. 타는 냄새는 내 일상이 되었고 우리 집의 정착하기 시작했다. 숙제를 할 때도 내 취미생활을 할 때도 타는 냄새는 나를 싫어하는지 계속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제는 좀 익숙해졌는지 나도 이제 과민반응을 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집에 탄 냄새만 난다면 난리를 쳤는지 이제는 그냥 내가 불을 끈다. 할머니는 날 더 괴롭히고 싶은지 이제는 빨래로 날 괴롭힌다.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문을 닫고 여기까지는 완벽했다. 하지만 부족한 게 하나 있었다. 세계를 넣지 알고 돌린다. 그때마다 나는 세탁기 전원을 끄고 세제를 넣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다리미를 사용할 때도 옷을 딱 피고 스위치를 켜고 여기까지는 아주 퍼펙트하다. 하지만 역시 할머니 콘센트를 꼽지 않았다. 할머니는 이게 왜 안되냐며 어리둥절하셨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이 하였다.


한 번은 할머니가 세제를 넣고 세탁기를 돌렸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벅찬 감동을 하였고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이렇게라도 이야기가 잘 흘러갔으면 좋겠지만 결국 일이 한 번 터졌다. 할머니가 나를 키우면서 행복하기도 했겠지만 힘든 일도 많았었다. 그때마다 할머 네가 간 곳이 바로 동네 시장.


할머니는 시장 상인들과 얘기도 하고 물건도 사 쌓았던 피로를 날렸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집에 돌아오면서 길을 잃은 것. 시간이 지나도 할머니는 오지 않았고 나는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해 할머니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전하였다.



결국 우리 집이 총 출동하여 할머니를 찾았고 해가 저물고 새벽이 돼도 우리 가족만 체력은 우리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는지 바닥이 되었고 포기하려고 할 때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부품을 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그리고 신께 기도했다.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나이가 들면 자꾸 깜짝깜짝한다더니 그 말이 진짜 있다. 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의아하기도 했지만 살짝 몽클하기도 하였다. 할머니는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이고 내가 의지하고 쉴 수 있는 휴게소이다. 할머니가 나이가 들어 나를 떠나면 어뜩해 될까? 다시는 할머니를 못 보게 될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더 마음이 아프다.



이대로는 안된다 싶어 나는 부모님께 이번일 뿐만 아니라 이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말해드렸다. 부모님도 이대로는 안 된다 싶어 내 말에 동의하셨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함께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나이가 들면 기억이 강해 이 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길을 잃은 것에 대해서 의심적인 부분이 있어 CT를 찍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CT를 하게 되었고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의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잠시 눈을 감고 망설이더니 입을 떼었다.



"치매 초기증상입니다..."



그 짧은 한 마디가 나를 끝없는 슬픔에 빠뜨렸다. 할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에 슬픈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할머니께 해드린 것이 없는 것에 대해 숨겼다. 할머니는 나에게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주셨지만 나는 할머니께 해드린 것이 없다. 할머니가 음식을 태울 때 난 왜 몰랐을까. 탄 냄새를 맡고도 가만히 있었을까. 그래 서 나는 계속 기도했다. 신이 있다면 내 기도 들어달라고. 할머니 살려달라고 내 유일한 소원이라고.



물론 암 판정을 받고 완치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극히 소수에 달한다. 나는 할머니가 그 소수에 들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야박했다. 치매는 말기에 다달았고 내 곁을 떠나 섰다. 나는 고쳐질 줄 알았다. 고쳐야만 했다.



지금 내 곁에는 할머니가 안 계신다. 내가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정자였던 할머니. 항상 날 보며 웃어주셨는데 날 정말 사랑하셨는데, 이제는 그 모든 걸 보고 느낄 수 없다. 왜 난 할머니께 고맙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못하였을까. 모든 게 끝나 고 후회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사람들은 다들 화재 나는 것에 대해 말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 사람이 다쳐서 슬퍼하고, 사람이 떠나서 슬퍼하고. 하지만 나는 화재가 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 그냥 불만 나서 탄 냄새만 가 득 풍겼으면 좋겠다. 잠시만이라도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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