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웃음

태화의 작은 메모들

by 태화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아빠의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모든 부모님들이 다 그렇게 싸우며 사는 줄 알았다. 아빠는 늘 술을 마셨고 어른이지만 반찬 투정이 심했다.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엄마는 아빠의 그런 모습에 화가 나서 또 소리가 높아지고 그렇게 반복된 생활의 연속이 었다. 나는 이런 모습이 익숙했고 나에게도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나의 이야기 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때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고학년이 되고 보니 쓸쓸함, 외로움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다. 학교 앞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누며 가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많았다.

나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나만의 소통 방법을 찾아했다. 그것은 게임이었다. 나는 게임에서 최고가 되었고 게임에서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도 많아졌다. 나의 게임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새벽 2시가 넘어 갔고 주말에는 거의 날이 새도록 한 적도 있었다. 온라인 속에서 나는 외롭지 않았고 쓸쓸하지 않았다.

엄마의 잔소리는 점점 길어졌다. 나는 귀를 닫았다. 엄마는 나를 달래다가 매를 들었다가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나는 들리지 않았다. 엄마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나는 눈도 감아 버렸다. 그것은 엄마보다 내가 더 힘들다는 것을 알라달라는 암묵적 반항이기도 했고, 내가 버텨내기 위한 소통방식이기도 했기에 나는 늘 그 합리화에 빠져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새벽까지 혼자서 게임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혼자서 울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게임을 멈추고 엄마를 지켜봤는데 너무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엄마도 외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 많은 일들이 떠오르며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에게 웃음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한 엄마였는데 나 때문에도 엄마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게임을 멈추었다. 쉽지 않았지만 2년 쯤 지난 지금은 완전히 중독에서 벗어났다. 백화점에서 하루 종일 서서 말하고 들어 온 엄마의 다리도 보였다. 엄마를 위해 엄마가 기뻐하는 말을 해 드리고 했다. 다시 책을 펴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선생님들께 칭찬도 받고 있다.

엄마는 게임 중독에서 벗어난 나를 보며 이제 웃는다. 학교에서 칭찬 받는 나 때문에 행복하다며 웃으신다. 나는 아직 학업 중이지만 내가 자랄 때까지. 다 자라서도 엄마에게 늘 최고의 선물로 웃음을 드리기로 결심했다.

엄마의 웃음이 나에게도 행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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