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죽어도 싫었다. 마치 멈추는 순간,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항상 치열하게 달렸다.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안 된다고,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앞서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그렇게 달리는 동안 나는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성장통의 살트임이 너무 컸다. 남들 눈에는 괜찮아 보였을지 몰라도, 내 마음 어딘가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묘한 공허함이 밀려왔고,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더 행복해야 했는데, 왜 이렇게 지쳐버렸을까?
그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던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나처럼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떤 친구는 나처럼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언제나 밝아 보이던 친구가 어느 날 문득, "나 너무 지친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힘들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친구는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서 아예 걸음을 멈춰버렸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가 봐." 하며 포기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저 너무 오랫동안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기 때문에 지쳐버린 거라는 걸.
그리고 또 어떤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속으로 얼마나 많은 고민과 부담을 안고 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지 못한 이유는, 애초에 내 마음을 돌보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내 감정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아픔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너에게 말해 주고 싶다.
"너는 결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야. 남들보다 조금 느려도, 때로는 멈춰 서도, 네가 사라지는 게 아니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빠르게 달리고, 누군가는 조금 더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도착할 곳에 닿게 된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니까.
그때의 나처럼 아프게 성장하지 않기를.
너의 시간을, 너의 마음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 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너도 너의 흉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