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열심히 해주어 고마워”
막내 작가로 일하던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던 언젠가 메인 작가님이 불시에 한 마디 건네셨다. 때 아닌 타이밍의 이 한마디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적당했던 마음의 온도를 따스울 정도의 온도로 높였다. 무어라 답장드렸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최고가 되는 방법은 모르겠다. 최고의 모습과 모양이 어떤 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나의 열심을 고맙게 생각해 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지 않을까. 다행과 행운을 둘 다 잡았다니! 네 잎 클로버 같은 하루이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다행, 행운이다)
최근 주고받던 대화 중 마음에 깊게 꽂힌 단어가 있는데 ‘쓸모 있는 사람’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누군가의 기도가 바람처럼 내게 불어와 나의 기도가 되었다. 이후로 쓸모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이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중이다. 하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1인분의 몫은 해내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와 부담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몫을 수행한다면 적어도 쓸모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며, 1인분의 몫을 해내는 날들이 쌓이는 것이야 말로 다음 스텝으로 내딛거나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1인분의 몫을 해내는 것은 당연한 덕목과 책임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당연한 덕목에 대해 누군가는 고맙게 여겨주었고, 고맙다 말해주었다. 그때 그 한 마디와 마음이 꽤나 충격적이어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이다. 나에게 열심은 응당 해야 할 몫이었는데 그걸 고맙다고 하신다고?!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해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이 주변에 존재한다. 쉴 틈 없이 들이마시고 내뱉고 공기, 매일 아침 떠오르는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 어제와는 다른 하루를 살아갈 기회가 되어주는 오늘, 다치고 잃어봐야 깨닫게 되는 건강,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와 같은 존재들. 이처럼 우리 삶은 인식조차 못하는 것들을 뿌리와 양분 삼아 자라는 나무 같다. 그런데 당연함에 익숙해진 나머지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마는 조금은 배은망덕한 나무.
‘현재’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단어 ‘present’를 배우고 외울 때 사실은 ‘선물’이라는 의미도 같이 있다고 이 말인즉슨 ‘지금 이 순간을 선물처럼 여겨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매일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굉장한 선물임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당연한 것들에 고마움을 대입시켜 보자. 엄마가 오늘 아침 차려준 식사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또 그리워질 감사히 먹어야 할 끼니이며, 오늘 함께 일한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나의 열심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 격려하고 격려받아야 할 수고로움이며, 커피 한 잔에 담긴 카페 직원의 친절함과 상냥함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맙게 받아야 할 배려가 아닐까 –
당연한 것들에 고마움을 대입시켜 보니, 매 순간이 네 잎 클로버 같이 다행과 행운으로 가득한 순간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어쩌면, 그 자체로 네 잎 클로버일지도 모르겠다. 보다 더 감사하고, 보다 더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요마카세] 화요일 : 읽히지 않은 인생
작가 : 세렌디피티
소개 : 긴 시간을 살진 않았지만 깨달음 중 하나는 야심 찬 계획은 기꺼이 어그러지며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통제되지 않는 인생의 파편들은 마음에 흉터를 내기도 하고 의욕으로 곧게 서 있는 두 다리를 꿇어앉히게도 합니다 마음의 흉터는, 꿇어앉은 다리는 ‘인연, 우연, 기회’라는 전혀 다른 모양과 색깔의 가능성을 만나 아물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 걸어갈 힘을 얻으며 인생이란 팔레트에 스스로 낼 수 없는 다채로운 색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만났던 그리고 여전히 만나고 있는 ‘인연, 우연, 기회’를 들려드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