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말고 같이
언제나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쓴 책이 교보문고에 꽂혀 있는 꿈을 꾼다. 상상만으로 즐겁지만 글쓰기는 쉬운적이 없다. 왜 이렇게 안 써지는지. 글 쓰는 방법을 몰라서일까? ‘글쓰기’로 검색해 나온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다. 글쓰기 강좌를 찾아 분기별로 듣고 쓴다. 여전히 글쓰기는 너무 멀다. 글을 너무 사랑해서일까. 짝사랑만 수년째다.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다. 매일 쓰면 된다. 매번 다짐하지만 돌아오는 건 자책뿐이다. 하루를 못 간다. 나랑 한 약속이 세상에서 가장 깨기 쉽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아! 그렇다면, 나랑 약속하지 않으면 되잖아? 내가 아닌 너랑 하면 되는구나! 각자 짝사랑이 식지 않게 서로가 서로에게 약속이면 되겠구나.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너를 찾는다. 백패킹이 취미인 예슬인 퇴직금으로 카메라를 산다. 그녀의 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하는 재주가 있다.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내가 본 바다가 맞나? 내가 아는 서울이 맞나? 없던 추억도 만들어주는 작품에 소유욕이 솟구친다. 엽서, 달력으로 만들어 달라 간청해 본다. 기다릴 수가 없다. 함께 뭐든 해보자 제안한다. 나는 글을 찍을 테니 너는 사진을 써라.
돌아보니 예슬이 말고도 프로 짝사랑러가 넘친다. 이왕 할 거 다 같이 해볼까. 각자 주 1회는 어떨까. 매일 쓰는 것보단 부담이 덜된다. 대신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된다. 작품을 마감할 요일을 배정한다. 요일마다 작가가 바뀐다. 주인장 마음대로 음식을 내어주는 오마카세가 떠오른다. 요일마다 바뀌니 오마카세에서 ‘요마카세’로 한 글자만 바꿔본다. 마음에 쏙 든다. 다 같이 손잡고 가보자.
#월요일/ 에세이/ 흐름/ 그냥 살 순 없잖아
먼저 하자고 했으니 월요일을 자처한다. ‘왜 사는 걸까?’를 매일 고민한다. 답이 없어 ‘어떻게 살까?’로 질문을 바꿨다. 그냥 살 순 없으니까. 내 글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문득 '아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길. 월요일마다 창문을 열어요. 제가 불어올게요.
#화요일/ 사진/ Bullsson/ 어쩌면 순수한 시선
기승전 ‘야해;;’로 끝나는 D에게 세상은 뭐가 그리 야한지. 동그라미 두 개만 봐도 야하단다. 네가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도 열겠다. 옳다구나. 네 시선으로 엮어 볼래? 주제별로 묶어보니 그럴싸하다. 불순한 의도는 어쩌면 순수한 시선 일 수 있겠다.
#수요일/ 시/ 지지saok/ 실패 좋아하세요?
주 6일 출근, 매일 마주하는 진상 손님,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틈 없는 와중에도 맞춤법 하나 틀리지 않고 톡을 보낸다. 리듬이 느껴진다. 마치 옆에서 말해주는 것 같달까. 술술 읽히는데 미완성 문장으로 가득하다. 고민할 것도 없이 수요일 장르는 시다. 그녀에겐 어떤 주제가 어울릴까 생각한다. 실패 하나는 잘한단다. 실패로 더욱 다채로운 네 인생을 읊어줘.
#목요일/ 에세이/ 아리/ 어린이의 위로
결혼도 안 한 싱글레이디 아리는 어딜 가나 엄마냐는 소릴 듣는다. 조카들과 함께할 때 더욱 빛나고, 아이들이 웃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이모다. 일하랴, 운동하랴, 글 쓰랴, 연애하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그녀가 놓치지 않는 건 조카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제일 친한 친구, 아이들이 주는 위로에 벌써 따뜻하다.
#금요일/ 음악/ DJ Jinnychoo/ 오늘 밤 나가 놀고 싶어지는 걸?
지니야 뭐 해? 나 음악 찾는 중이야. 퇴근하면 음악 디깅하고 주말이면 녹음하던 그녀가 우리 집 옥상에서 DJ로 데뷔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압구정ˑ이태원 바, 파주 결혼식 2부 파티도 모자라 브라질 투어까지! DJ지니추가 말아주는 음악 신나게 마시면 화장실 갈 타이밍도 놓친다.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길. 수제 플레이리스트로 신나게 재껴보자.
#토요일/ 그림/ 열대과일러버/ 색도 맛도 화려한 열대과일
글, 사진, 음악이 있으니 그림도 있었으면 좋겠다. 번뜩 떠오른 그래픽 디자이너 L. 베트남 호찌민 생활 7년 차 그녀는 열대지방 과일을 주로 그린다. 통통 튀는 색감과 섬세한 붓질에 침이 고인다. 군침이 싹 도는 그림, 보고 또 보고 싶어 진다.
#또요일/ 폰논문/ 또짹/ 버추얼 아이돌 하는 삶
도대체 그녀는 뭘 좋아하는 걸까. 인생 첫 덕질이라는데. 그림을 좋아하는 건지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행성 ‘아스테룸'에서 온 외계인 PLAVE란다. 음악중심 1위는 물론 5천 석 콘서트를 단박에 매진시킨 버추얼 아이돌이다.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된 버추얼 아이돌, 그를 좋아하는 10년 차 IT 기획자 또짹이 들려주는 들어도 들어도 믿기 힘든 이야기.
#일요일/ 아티클/ 인정/ 일단 사볼까?
심상치 않은 그의 입담에 단박에 친구가 되었다. 취미도 옷이고 특기도 옷이었다. 가끔 별도 보러 가는 낭만 청년인 줄 알았지만 물린 주식으로 피본 경험을 잊지 말자 인스타 아이디를 nasdap으로 해버린 웃긴 놈이다. 브랜드에 대한 글을 부탁했는데 깊이가 남다르다.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뻔했다. 일요일엔 통장 조심하자.
#공휴일/ 사진/ 예슬/ 이걸 왜 찍어?
사진작가 예슬이는 공휴일이다. 분명 누군가는 시간을 못 맞출 수 있으니 예비작가인 셈이다. 토요일은 격주 연재로 두 명 작가가 함께한다. 일정상 매주 연재가 어려워 한 명을 더 섭외했다. 포기하지 않고 한 명 더 섭외하니 되지 않는가! 혼자 할 땐 미루기 바빴지만 함께하니 나도 모르게 쓰고 또 쓰고 있다. 이렇게 된 거 더 나아가는 건 어떨까.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닿을 독자와 약속으로 10주간 연재하기로 한다. 어김없이 월요일은 또 온다. 기쁜 마음으로 손잡고 맞이해 보자. 글쓰기와 짝사랑은 끝났다. 오늘부터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