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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The Milk in the Coconut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직접 관찰하고 그린 코코넛 세밀화, 디지털 드로잉*


누군가 나에게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이 뭐야? “라고 묻는다면,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코코넛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호치민은 일 년 내내 여름이라, 더위에 극도로 약한 나에게는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조차 가장 덥고 견디기 힘들다고 말하는, 일명 **‘죽음의 4월’**은 정말 최악이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더니, 옆자리 동료가 말을 건넸다.


“코코넛을 계속 마셔보는 건 어때?”


그게 내 코코넛 사랑의 시작이었다. 동료 말로는 코코넛을 마시면 체내 온도를 낮춰준다고 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믿고 싶었다.)


그 이후로 같은 팀 직원들이 집에서 직접 수확한 코코넛 다발을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고, 매일 아침 신선한 코코넛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같은 팀 동료들이 선물해준 직접 수확한 코코넛들*


처음엔 그냥 코코넛 워터만 마셨다. 그런데 (한국인의 정 같은 게 비슷하게 있는) 베트남 동료들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새로운 조합을 전수해 줬다.


1. 텀블러에 코코넛 워터를 담는다.

2. 코코넛 과육을 숟가락으로 긁어내 설탕에 버무린다.

3. 그걸 코코넛 워터가 담긴 텀블러에 넣는다.

4. 마지막으로 깔라만시를 짜 넣으면 완성!


이렇게 만들어진 음료는 그야말로 별미였다. 또 다른 간식으로는 코코넛 과육을 연유와 섞어 먹는 것이 있었는데, 코코넛의 부드러움과 연유의 달콤함이 만나 입안 가득 행복을 채워줬다. (여기에 파인애플을 더 넣으면? 그게 바로 피나콜라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코코넛 커피였다. 집 앞 카페에서 매일 코코넛 커피를 사 마셨는데, 코코넛과 커피의 조합이라니! 이보다 더 베트남 스러운 맛이 있을까?


코코넛은 음료뿐만 아니라 요리에도 다양하게 활용됐다. 새우나 게를 삶을 때 물 대신 코코넛 워터를 사용하면, 해산물에 코코넛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배어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또, 코코넛 워터로 밥을 짓고, 코코넛 과육과 함께 볶아 만든 코코넛 볶음밥도 정말 별미다.


집앞 카페에서 자주 마셨던 코코넛 커피


코코넛과 설탕 그리고 깔라만시의 조합
코코넛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사탕수수로 만든 손잡이와 바나나잎에 올려준다.
코코넛을 주문하면 이렇게 과육을 떠먹을 수 있는 숟가락도 가져다준다.
코코넛을 활용한 음식들
직접 찍은 코코넛과 코코넛 나무


밴드의 유명한 노래가 떠오른다.


**The coconut nut is a giant nut

If you eat too much, you’ll get very fat…**


하지만 난 이미 너무 많이 먹어버렸음을…


[요마카세] 토요일 : 색도 맛도 화려한 열대과일들

작가 : 열대과일러버

소개 : 열대과일 직접 맛보고 즐기고 그립니다 (But 여름 h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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