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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지독하게 사랑할래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쓰고자 하는 마음에

꽤 자주, 강렬하게 사로잡히는 편이다.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날아온 홀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멋대로 마음 한 켠에 심어져서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꽃이 되어 피어났다.

처음엔, 그냥 길가에 핀 들꽃이겠거니 싶었다.

지나가다 볼 수 있는 흔한 꽃이라 여기며

무게감을 가진 관심과 의미 따위 두지 않았다.

오늘 해야할 일을 처리해야 하는 급급한 현생,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느끼는 순간의 즐거움,

꿈은 그저 꿈일 때 아름다운 것이라 타이르는 회피를 핑계 삼아

돌보지 않으면 곧 시들어 죽게 될, 한 철 피었다 지는 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넌 야생화였나 보다.

점점 더 자라나, 다채롭게 짙은 색으로 물들어 가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야생화.

계속 피어있었을까

말라 시들어 죽기도 했지만 다시 피어난 걸까

외면한 마음을, 회피 했던 무책임을 나무라듯 그렇게 보란듯 살아있다.

무슨 이유로 넌

스스로 자리를 잡아 그렇게 뿌리를 내리고

거친 땅에서 강인하게 살아 존재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

내가 널 돌보아야 하는 이유,

그러니까 응당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라면

설득되는 척이라도 해볼 텐데 -

그렇게 이유를 찾으려고 너를 바라보고 바라보다

아무 이유도 발견하지 못한 채 돌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꽤나 애틋해져 버리고 말았다.

너가 말라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왕이면 너의 들판을 이루어

나비도 벌꿀도 찾아와 안식할 수 있는

꽃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사실은 많이 두렵다. 이제는 너가 두렵다.

끝끝내 정성이 부족해서 너가 말라 죽을까봐

마침내 맞이할 결말이 먹먹하고 아련만 남아버린

한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에 갇힌 과거가 될까 두렵다.

너와 내가 언제나 살아 움직이는 영상이길 바란다.

이제는 쓰고자 하는 마음을 무척이나 애정한다.

지금은 쓰고자 하는 마음이 언제나 현재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렇게 쓰고자 하는 마음을 지독하게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무언가 쓰고 싶어서 마음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뭐든 쓰고 싶어서 마음을 쥐어 짜내기도 하고

잘 쓰고 싶어서 이곳 저곳의 세상을 엿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간은

더듬어보지만 잡히는 것 없고,

쥐어짜낼수록 힘은 소진되고,

세상을 엿볼수록 내 세상은 좁다 느껴지는

아이러니 속에서 살아보겠다 허우적댈 뿐이다.

한계를 마주하는 시간들에 아파할 뿐이다.

너가 날 붙잡고 있는 건지, 내가 널 붙잡고 있는 건지 어떻게 엉켜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홀씨가 꽃이 되어 자라 버텨준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꿋꿋이 버텨주길

나는 널 돌보는 일을 포기하지 않길 기도한다.

부디 난 널 꽃밭으로 가꾸고 싶으니까-


작품명: 절찬리 기록중

작가명: 세렌디피티

소개: 쓰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 잡히다가, 이제는 쓰고자 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어찌됐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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