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기로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난 엄마와의 관계가 왜 이렇게 항상 힘들까? 나만 그런 걸까?

사람들은 아기를 낳으면 자신을 키워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딸을 낳고, 이해보다는 질문이 더 많아졌다. 결국 나에게 상처로 남은 많은 순간들 속에서, 그때의 엄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 지금까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왔지만, 나도 엄마가 된 지금, 나라면 절대 내 딸에게 하지 못할 말과 행동들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엄마가 나를 학대하거나, 사랑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엄마도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나름 최선을 다한 거겠지만, 그 방법이 나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뿐, 그리고 그 상처가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을 뿐이다.


최근 가장 크게 나를 흔들어 놓았던 사건은 엄마가 셋째 동생에게 “너도 네 언니처럼 인생 망치고 싶니?”라고 말했던 일이다. 엄마는 워낙 감정이 이성과 논리를 지배하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감정에 휩쓸려 그런 말을 했을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혹여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나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날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내 인생 전체가 부정 당하는 느낌이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엄마의 이분법적인 사고 속에서 ‘성공한 인생’이란 엄마의 기준과 뜻에 맞춰주는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런 엄마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맞추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자기 비난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엄마가, 누구보다 날 믿고 응원해 줄거라 생각했던 내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냥 조금 슬펐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열심히 그 이유를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20대 후반엔 엄마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극복해보고자 심리학과에 편입하기도 했다. 심리학과 첫 상담실습 때, 내 심리 검사지를 모두 분석한 상담사 선생님이 처음으로 한 말은 이것이었다.


“엄마여도, 미워해도 괜찮아요.”


그 한마디에 그 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사실 ‘엄마를 미워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분석하면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고, 이해하면 바뀔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부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는 평생 엄마를 바꿀 수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내 자신뿐이다. 내가 바뀌어야 비로소 이 상처들 속에서 헤어나올 수 있고, 우리 딸에게 엄마가 내게 했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엄마는 따듯한 엄마도 안정적인 엄마도 아니었지만 나는 내 딸에게 꼭 따듯하고 안정적인 엄마가 되고 싶다. 힘들 때 가장먼저 달려가서 기댈 수 있는 엄마, 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평가하지 않고 믿어주는 엄마, 감정에 휩싸여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감히 결심해 본다.


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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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목요일 : 어쩌다 엄마

작가 : 초보맘 비키

소개: 서른다섯에 엄마가 된 초보맘 비키, 자유로운 영혼에서 '엄마'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딸에게 남기는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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