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잃어도 경험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 아침 나는 자전거로 출근 중 도로의 연결부위에 바퀴가 순간 미끄러져 넘어졌다.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겠지만 크게 넘어져 다치게 되었다. 이곳저곳이 아프니 병원도 가야 했고 운동도 쉬게 되었고, 준비하던 것들에 차질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일찍 퇴근해 집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 “내가 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은 “내가 왜 지금 하는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돌고 돌며 하루하루를 지나왔었지만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일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별일인 지금, 여기, 이곳에 내 몸뚱아리가 있다. 마치 하늘에서 내 몸뚱아리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시점이 점점 더 멀어지더니 내가 있던 수많은 시간과 공간, 내가 만났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스쳐 간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도 내일이면 영영 만나지 못할 수 있지만, 내 몸에 그것들이, 그들이 담겨있다는 느낌에 다시금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몸뚱아리 하나만 있어도 오케이,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당장 오늘도 이미 수많은 업데이트를 거치고 있는 최신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라고 물을 때 나는 한 번도 빠짐 없이 없다고 대답해왔다.
그 생각이 더욱 확신으로 와닿는 때가 있다. 그것은 나를 100% 믿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 때이다. 내게는 전 여자친구가 그랬다. 전 여자친구는 나에게 믿는 구석이었고, 집이었고, 빽이었다. 두려움이 없이 정말 몸뚱아리 하나로만 자신 있는 느낌이 그때 처음으로 들었다.
지금은 다르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몸은 나을 것이고 그때의 나는 지금으로부터 최소 몇백 번의 업데이트가 된 상태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 몸뚱아리만 있어도 되는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다름 아닌 “맨몸운동”이었다.
[요마카세] 목요일 : 맨몸운동을 하며 생각한 것들
작가 : 종태
소개 : 맨몸운동을 10년 넘게 하며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운동보다 더 커졌고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