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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Nov 12. 2024

[화요일] 깜지를 아시나요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안녕하세요 Bullsson입니다.

요즘 저의 연애 사업은 순탄치 못합니다.


암흑이 가득하죠



두 눈을 고요히 감고서는 암흑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검다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검은 마음


사람들은 왜 흑과 백을 나눠 구별하게 된 것일까요


흰 것은 깨끗하고 밝은 것,

검은 것은 더럽고 어두운 것


중학생 때의 일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는데,

저희 반 전체 영어 과목의 등수가 학년 꼴찌를 기록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오늘부터 깜지를 써서 제출하라고 하셨습니다.


깜지?


아직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소한 단어에 어리둥절해하며 선생님께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깜지가 뭔가요?"


그러자 선생님께서 깜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타이밍 좋게 선생님 앞에 앉아있었던 학구열이 불타오르는 친구가 암기를 목적으로 깜지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그 아이의 깜지를 잠시 빌려 저에게 보여주면서 깜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깜지는 말이지, 원래 종이가 하얗잖아.

하얀 종이를 까만 볼펜으로 까맣게 가득 채운 다고 해서 까만 종이.

깜지란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친구가 보라색 볼펜으로 깜지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류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만 앞선 저는


"선생님, 그건 보지 아닌가요?"


그걸 들은 짝꿍은 이렇게 외칩니다.


"야! 그럼 자주색은?"


자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저는 검은 마음을 사랑합니다.


비빔냉면을 먹을 때 흰 옷보다 검은 옷이 편한 것처럼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형형색색이 쉬어갈 수 있도록 토닥토닥 보듬어주는 그런 넓은 아량이 저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끄러워 숨은 보라색도.

그리고 자주색도





[요마카세] 화요일 : 어쩌면 순수한 시선

작가 : Bullsson

소개 :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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