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차라리 김치로 처맞는 게 낫겠다. 김치는 맛이라도 있지. 아침 댓바람부터 욕을 먹어야 받을 수 있는 게 월급이구나? 첫 직장이 알려준다.
결제 금액 45,000원입니다~ 하는데 얼굴에 카드를 집어던지질 않나. 안 되는 걸 안된다고 말했을 뿐인데 이년아 저년아로 돌아온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편히 욕 할 수 있나 싶다.
의자에서 일어날 새가 없다. 화장실 가려 엉덩이 뜨는 순간 본인의 순서고 나발이고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가 시작된다. 백개를 물어보는 물음표 살인마들. 하나만 물어보기로 약속했잖아요..?
먹을 땐 멍멍이도 건들지 않는다는데 물 한 모금 먹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지, 냅다 말을 건다. 입은 주둥이가 되어 먹던 물은 턱을 타고 흐른다. 화가 나는 건, 기껏 답을 줬는데 절대 믿지 않는다. 물어보고 싶다. “혹시 제 얼굴이 사기꾼처럼 생겼나요?”
이젠 팀장까지 한술 뜬다. 빽으로 입사했냐? 툭 던지는 말, 응? 빽이 있으면 여길 들어왔겠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게 텃새인 건가?
무서운 게 없는 편인데 선배들한테 혼날까 싶어 목 젖까지 올라오는 말을 꾹 누른다.
한참 배울 것도 많고 실수도 많아 나를 찾는 전화에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며 앉지도 못하고 트월킹을 춘다. 근무 중엔 그렇게 엄했던 선배가 퇴근즈음에 “한잔할래요?” 물어보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고 네! 하고 쫓아간다. 놀기도 술도 좋아하는 편.
짠. 홍합 껍데기를 친히 까 내 숟가락에 올려주는 선배. 따뜻하면서도 어려운 술자리. 혼나면서 업무도 늘고 주량도 는다. 아빠는 이렇게 술 마실 거면 때려치우라 한다. 그럴 만도 하지, 한 번은 꽐라가 되어 데리러 온다는 아빠를 뱅뱅 돌린다. 안양이랬다, 광명이랬다, 수원이랬다, 씅이 잔뜩 난 아빠마저도 날 김치로 때릴 기세다. 출퇴근 왕복 4시간, 고되다. 매번 아빠를 부를 순 없다. 회사 근처 사는 언니 집과 5평도 안 되는 탈의실을 번갈아 가며 버틴다. 첫 직장, 참 맵다 매워.
[요마카세] 수요일 : 실패 좋아하세요?
작가 : 지지soak
소개 : 마음껏 실패하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