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따릉 따릉) 감사합니다 협력팀 X지지입니다.’ 하며 벌떡 일어난 새벽 4시 45분. A 선배님 전화를 침대에서 받을 줄이야. 식겁한다. 지리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꿈인 걸 알아채고 다시 잔다.
A 선배님은 항상 "지지 씨"라 부른다. 지지 씨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또는 왜 이렇게 줬어요? 하고 묻는다. 대답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또 진짜 모르던 일도 있다. 억울하지만 그냥 시원하게 혼나고 배우면 된다.
하루 300명 정도 상대해야 찾아오는 퇴근시간. 질문 즉시 답하기 위해 300명을 또박또박 외워가며 일한다. 꿈에 나올 정도로 무서운 A 선배는 업무 중엔 매서운 독수리 같지만, 퇴근 후면 흥부네 집에 박을 가져다주는 제비 같은 사람이다. 부산에서 올라와 낯선 서울길, 최단거리는 모르겠고 멀고도 험한 왕복 4시간을 매일같이 출퇴근한다. 하루는 선배가 퇴근을 같이 하자한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교통편을 알려주겠다고. 너무 감사하면서도 헤어지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치 소개팅에서 맘에 들지 않는 남자와 있는 기분이다.
매주 화요일, 부서마다 돌아가면서 화상 발표를 한다. 주로 막내가 도맡아 하는 일로 6년이나 했다. 후배가 생기고 드디어 벗어났다. 근무 중, 갑자기 사무실로 오라는 과장님. 당장 내일 발표를 하라는 것이다. 당일 준비하고 있던 시험 일정도 포기하고 발표 준비를 한다. 하라니 별 수 있나, 과장님 저 하기 싫어요!!!!라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와중에 백으로 입사했냐던 팀장은 "후배 거 뺏어서 좋겠다"라는 등 멍멍이 소릴 한다. "지는 하지도 못하면서" 눈을 세모나게 뜨고 물어보고 싶다. ‘선배님, 저 마음에 안 들죠?’
[요마카세] 수요일 : 실패 좋아하세요?
작가 : 지지soak
소개 : 마음껏 실패하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