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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요일] 쿠스코 여행에서 생긴 일 “플레이브예요?”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페루, 쿠스코에서 만난 한국 말.


“플레이브예요?”


우리나라와 지구 정반대에 있는 페루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먼 여행지에서 들은 한국말인데 그게 플레이브예요?

순간 충격과 희열로 뇌가 멈췄다.


페루 여행

15일간의 남미 여행 일정 중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마추픽추에 가서 예준이 인형을 들고 신나게 인증 사진을 찍고 쿠스코를 돌아다녔다.

다음 날은 페루 여행을 마치고 에콰도르, 갈라파고스로 떠나는 날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서는 내내 바다에서 놀 예정이었다.

‘물놀이하면 라면이지!’

지니와 함께 에콰도르에 갈 준비로 라면을 사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K-food 가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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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찾아서

저녁 7시쯤, 해가 진 쿠스코 광장은 따뜻한 주광색 조명으로 물들었다. 처음 가보는 길을 걸으며 떠들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k-food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 문 앞에는 BTS 진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기대를 안고 들어선 가게에는 신라면, 진라면, 불닭볶음면, 심지어 핵불닭볶음면까지 있었다. “여기에 이런 것도 있어?” 하고 떠들며 어떤 라면을 사가야 갈라파고스에서 뿌듯할 지 고민을 시작했다.

깊은 고민 끝에 신라면 두 개, 짜파구리 두 개, 햇반 두 개를 사서 계산대로 갔다.

라면을 카운터에 올려두고지갑에서 돈을 꺼내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폰을 계산대 위에 놓았다.

내 폰 뒤 케이스 안에는 이번 10월 플레이브 콘서트 티켓이 있었다.

(콘서트의 감동을 매일 느끼려고 폰 뒤에 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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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때린 한국말

남미를 여행하면서 한국말을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페루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사용했고 간혹 우리에게 인사를 걸어와도 일본어였다.

올려놓은 라면 값을 sol(페루 화폐 단위)로 계산을 하느라 정신없이 돈을 세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분이 말했다.


“플레이브예요?” (한국말로, korean으로….!)


???????????????????????!!?!????!?!??!!??

엥...? 여기서...? 쿠스코에서...? 한국말을...? 그것도 플레이브를...? 누가...???

너무 놀라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네?! 플레이브 아세요?”

방금 플레이브냐고 물었던 직원분이 또다시 한국말로 답했다.

“네, 알아요. 좋아해요.”

너무 당황해서 말도 안되는 걸 물었다.

“네... ? 혹시 한국분이세요?”

직원분이 웃으시서 대답했다.

“아니요. 쿠스코 사람이에요.”

진짜 쿠스코 사람이었다. 쿠스코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케이팝 팬이었다.


케이팝으로 하나되는 지구

너무 신기하고 반가워서 한국말로!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플레이브 팬이다라고 소개했고,

직원분은 여자아이들, 스키즈 팬이라고 했다. 플레이브도 관심이 생겨서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진짜 케이팝 팬인 걸 알고 신나서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어제 마마 봤어요???? 플레이발 영지랑 콜라보했는데!”

(계산대를 때리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ㅜㅜ 일하느라 못봤어요 ㅜㅜ”


찐이다…. 진짜 케이팝 팬이다….!

지구 반대편 땅 페루! 쿠스코에서 플레이브를 알고 있는 케이팝 팬을 만나다니!


너무 신나서 예준이 인형을 꺼내 보여줬고 직원분은 바로 알아봤다.

“이걸 알아봐요? 팬이 만든 비공식 굿즈인데...” 진짜 플레이브도 관심있는 팬이구나….!

서로 최애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아참 라면! 하면서 계산을 겨우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너무 신났다. 사진을 찍고 가게를 나오면서 순간 지니를 타박했다.

“왜 안 찍었어?” (플리와 예비 플리의 고귀한 순간을…!)

지니는 미안하다고 했다. (물론 지니가 미안할 일은 아니다. 그냥 너무 신나서 아무말이나 한 거였다.)


예준아, 널 쿠스코 플리에게 선물할게…!

가게를 나와 쿠스코 케이팝팬과의 만남에 대해 떠들면서 어제 갔었던 와인바로 갔다. 지니의 생일을 알고 생파를 해 준 사장님께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사장님이 출근 전이었지만, 와인바 직원분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임무를 완수했다.

와인바를 나와 지니가 말했다.

“아까 그 친구에게도 선물 주지 않을래?”


“그러고 싶은데 그럼 다시 그 가게까지 가야되는데? 괜찮아”

“너무 괜찮지!”


지니의 선물 협찬과 같이 가주겠다는 너무나도 배려심넘치는 마음에 다시 그 가게로 가기로 했다.


가면서 아까는 너무 신나 생각지 못했던 고민을 시작했다.

여행동안 가지고 다니려고 가져 온 소중한 예준이 포카 한장. 이 걸 그 친구에게 줄까…?

고민하고 바로 마음을 먹었다.

예준이 포카를 선물하기로 했다. 쿠스코에서 예준이를 두고 가기로 했다.

그 친구는 이 포카를 너무나도 좋아할거고 잘 간직해줄거 같았다.


“예준아, 여기 쿠스코에서 잘 살어. 이 친구가 널 정말 좋아해 줄 거야!”

가게로 가면서 예준이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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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로 돌아가 예준이 포카와 지니가 준 매듭 선물을 직원분에게 건넸다.

쿠스코 친구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이거 받아도 돼요?”

너무 행복해했다. 행복해하는 쿠스코 친구의 모습에 나도 너무 기뻤다.


포카 홀더 뒤에는 같이 넣어 다니던 코팅된 네잎 클로버도 있어서 설명해줬다.

“예준이가 네잎 클로버를 자주 그려요. 그래서 같이 넣고 다니는건데, 이것도 같이 가져요. 잘 간직해줘요”

예준이를, 예준이가 플리에게 빌어주는 행복을 쿠스코 친구에게 선물했다.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종이 쪼가리 한장이겠지만, 나와 쿠스코 친구에게는 너무 의미있는 포토카드이며, 예준이였고 그런 포카의 소중함을 아는 친구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행복했다.


이 날 이후 여행에서 예준이 포카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없겠지만,

그것보다 더 가치있고 소중한 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예준이를 남기고 서로 연신 고맙다며 인사하고 가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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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덕질은 행복해!

너무 행복했다.

쿠스코에서 플레이브를 아는 사람을 만난 충격. 예준이 포카를 너무나도 좋아해준 쿠스코 친구. 그 순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지니.

예쁜 쿠스코의 밤

이미 너무 흥미로운 남미 여행에 더욱 소중하고 신기한 이벤트가 생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도파민이 터져 지니에게 지금 이 순간 나를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했다.


‘예준이도, 그 친구도 쿠스코에서 행복했으면!’

그렇게 쿠스코에 예준이를 남기고 에콰도르로 떠났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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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또요일 : 버추얼 아이돌 하는 삶

작가 : 또짹

소개 : 인생 첫 덕질의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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