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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새로운 진로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대학생에게 토익점수가 필수였던 것처럼 초중고 시절 장래 희망은 이름 다음으로 항상 있어야 하는 꼬리표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그때처럼 나는 되고 싶은 게 많았다. 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화가가 되고 싶었고, 어느 날은 또 가수가 되었다. 조그마한 네모 칸 안에서는 나는 모든지 될 수 있는 자유로운 어린이였다.


그러다 점점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장래 희망을 적어가는 네모 칸은 내가 희망하는 대로 적을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큰 꿈을 가지고 적어 냈지만 담임 선생님 은 “이 성적으로는 부족해 ”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진짜 원하는 걸 적어 낸 장래 희망에 엄마는 “이걸로 밥 못먹고살아. 다른 거 해”라는 조언을 했다.


그렇게 적었던 장래 희망은 결국 단어 그대로 희망으로만 남아, 꿈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릴 적 한 번도 꿈꿔본 적도,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일을 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뭐가 되고 싶으세요? “보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라고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의 직업을 말했을 때 다행히 엄마의 조언처럼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담임선생님의 걱정만큼 내 성적과 학력을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유난히 진로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이라 이 길로 들어오는 데에도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더 이상의 진로 고민은 없겠지 싶었는데… 되고 싶은 게 많은 어릴 적 나의 장래 희망은 어른이 되어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에 다닌 지 4년 차가 되어가는 해 새로운 진로를 도전하게 되었다. 새로운 진로를 선택한 이유 중 90%는 조카들, 어린이들이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일로 삼고 싶다. 일과 좋아하는 것을 분리하라고 했지만 회사를 4년이나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는 일과 좋아하는 걸분리 할 수 없다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회사에 있는 내 표정과 아이들과 있는 표정, 감정이 다르고 그리고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는 걸 스스로 깨달은 이상 이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10년 뒤 내가 정말 후회할 것 같다.


나이 30살이 되어 진로 고민을 한다니 상상하지 않은 일이라 무섭다. 매월 통장에 들어오는 달콤한 월급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데,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길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걱정이 안 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꼭 지금의 내가 해야만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마음과 몸을 선물 해주고다. 다. 어릴 적 장래 희망을 순수한 마음을 적을 수 있던 것처럼, 아이들도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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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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