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사장님 표 까만 위로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진료 비용 9,300원입니다~ “지갑 안 가져왔는데요? 어쩌죠?” 한다. 이미자님~ 하는데 김진숙님이 대답한다. 앞에 분에게 설명 중인데 그분을 밀어 제치고, “어디로 가요?” 지 할 말만 한다. 앞에 분이 투명한가? 싶기도 하고 내 귀와 눈은 4개인가 싶다. 이번엔 "어떻게 2층으로 올라가요?" 한다. 혹시 밧줄 타고 올라가라면 올라가겠냐고 되묻고 싶다.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뜨냐 한다. 그럼 눈을 세모나게 뜨냐고 말하고 싶다. 이름을 써 달랬더니 HBS라고 써준다. "내가 PJE라고 써주면 맞힐 수 있나요?"라고 묻고 싶다.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참을 뿐이다.
내 자리는 99.99%는 내 잘못이 아닌데 죄송해야 하는 곳이다. 해결해야 할 사람, 잘못한 사람은 배 째라다. 잘못한 걸 아니 숨고, 숨은 주제에 왜 그렇게 당당한 걸까? 말 같지도 않은 쌍욕 대신 먹어주는 거도 일이다. 말로 후드려 맞을 바에 차라리 김치 싸대기를 맞고 말지.
한 번은 돈 때문에 난리다. 잔돈 45,000원을 못 받았단다. CCTV에 주고받은 게 명확하게 확인된다. 주머니에 넣는 장면까지 있는데 끝까지 우긴다. 그 바람에 일도 못한다. 큰 소리가 나자 팀장은 빨리 상황을 끝내려 나보고 무작정 사과하란다. 사과는 잘못했을 때 하는 거로 아는데,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보려 하나 안된다. 될 리가 없다.
억울하고 분하다. 위로해 주려는 직장 동료들을 뒤로하고 홀로 집에 가는 길, 대성통곡을 한다. 쉽게 풀리지 않아 멈추지 않는 눈물을 꾸역꾸역 닦아가며 도착한 편의점. 소주 2병을 계산대에 올린다. 말없이 계산 후 조심스레 짭조름한 김 하나를 주신다. 저녁으로 드시려고 한 것 같은데 내가 울고 있는 게 꽤 안쓰러웠나 보다. 갑자기 더 서러워 “감사합니다”(엉엉) 하면 나온다. 진짜 죽고 싶었는데 편의점 사장님이 건네주신 김 때문에 산다.
[요 마카세] 수요일 : 실패 좋아하세요?
작가 : 지지soak
소개 : 마음껏 실패하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