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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택주 Aug 17. 2021

여러 빛깔이 어울릴수록 아름답다

꼬마평화도서관 2021년 하반기 평화 책

남북 통신선이 끊긴 지 열네 달 만에 다시 이어졌으나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바람에 또 막혔답니다. 이어질 듯 끊어지고 이어질 듯하다가 멈추는 남과 북 사이 참으로 멉니다. 지척 원수가 천 리 바깥 벗보다 낫다는 말도 있는데… 남과 북 사이는 언제나 따뜻해질까요?     

2021년 하반기 꼬마평화도서관이 뽑은 평화 책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은 2021년 하반기 평화 책을 가려 뽑았습니다. 이번 흐름은 ‘어울림’으로, 평화는 내 몸과 어울리고 내 마음과 어울리며 나아가 이웃하는 마음과 마음이 어울리는 데서 온다는 생각으로 다가섰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독서습관연구소 대표이며 한 학기 한 권 읽기 독서교육을 하는 김연옥 선생동화작가이며 북큐레이터 임서경 선생이 골라주신 책도 있습니다. 늘 아이들을 보듬는 두 분이 더불어 주셔서 더 넉넉합니다.


먼저 그림책은 네 권으로 <이동>(이사 와타나베/책빛), <밀어내라>(이상옥 글, 조원희 그림/한솔수북),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야누시 코르착 작,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사계절), <퐁퐁과 흰 곰 친구들>(벵자맹 쇼/여유당>입니다.     


글밥이 많은 책은 다섯 권인데 6·25 전쟁으로 망가진 식구 이야기 <전쟁과 가족>(권혁익/창비), 마스크에 쓴 연작시를 담아 티끌처럼 작은 것들이 세상을 살린다고 흔드는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김선우/창비),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하루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것보다 낫다고 흔드는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곽세라/원더박스), 마음을 다스리는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일묵/불광출판사), 재활용품만 잘 가려 내놓아도 우러를 만하다고 일깨우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해>(임서경/단비어린이)입니다.     

<밀어내라> 알라딘서점 갈무리

보금자리를 잃고 떠밀린 이들이 새로운 삶터를 찾아 이리 떠돌며 저리 헤매는 <이동>, 제 삶터에 다른 이들이 들어온다며 밀어내려고 몸부림치는 펭귄과 다른 짐승들하고 놀고 싶다는 새끼 펭귄들을 그린 <밀어내라>, 어른 국회 못지않은 아이 국회도 만든 열 살배기 임금 미치우시 왕 1세를 그린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말썽꾸러기 새끼 곰 쁘띠와 언니 곰 퐁퐁이 줄줄 녹아내리는 얼음덩어리 위에서 쩔쩔매는 흰 곰들을 데려다가 같이 집을 지으며 어울리는 <퐁퐁과 흰 곰 친구들>을 보면서 평화란 다른 이를 마음에 들이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싸워야 하는 까닭도 모르고 전장에 나가야 했던 아이들. 낙동강 전선에서 제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진 이가 어쩐지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이튿날 아침 그 주검이 아우라는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린 <전쟁과 가족>을 보면서 6·25 때 형 여섯이 국군과 인민군으로 나가 죽고 말았다던 윤구병 선생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봄여름 나뭇잎들이 ‘노동’을 멈추면 나무는 죽는다고 흔드는 <내 따스한 유령들>에는 우리네 삶을 돌이키지 않고서는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는 말씀이 소복합니다. ‘마스크에 쓴 시 4’에서는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 우리가 그리워하는 일상은 / 폭력 없이 평화로웠나요? / 차별 없이 따뜻했나요?”라고 드잡이합니다.     

밝은 낯빛과 바른 자세가 몸을 살린다는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

폭력과 무기 모두 어서 힘을 잃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몸과 마음을 잘 챙기는 책도 골랐는데요. 몸과 마음이 제 자리 잡지 않고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머리에 풍선을 달고 어깨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고 생각하고, 귀를 당나귀 귀처럼 쫑긋 세워보라는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와 화가 어디서 오는지 헤아리기만 해도 치미는 부아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중립하는 마음이 평온이라는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를 보면서, 몸과 마음을 잘 아우르고 너와 내가 도두볼 때 비로소 평화를 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을 이어주는 마법을 일으키는 때밀이 할머니라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해>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속을 만큼 어려 보이지만 이 아이·저 할머니를 보듬는, 마음 넓은 선생님, 때 미는 할머니가 손을 이어 마법을 일으키니 우러를 만하다고 흔드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해>란 아이 책을 보면서 어른들부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권 한 권 읽어 내려가면서 ‘살림살이’가 뭔지 깊이 곱씹지 않고서는 평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뜻을 새깁니다. 여러 빛깔이 어울릴수록 아름다운데 일곱 빛깔만으로 무지개를 이뤄야 한다고 우길 때, 평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너를 살릴 때 비로소 내가 살 수 있다”란 마음이 담긴 살림살이에는 다른 빛깔들이 다 제빛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나도 빛날 수 있다는 뜻이 고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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