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
머리카락에 윤이 나고 살갗을 촉촉하게 하는 것은 샴푸나 로션이 아니라 마시는 물 한 잔이라고 흔드는 이가 있다. 바로 <소녀를 위한 몸 돌봄 안내서>를 펴낸 곽세라다.
올해 쉰 살 먹은, 몸과 마음 살림꾼 곽세라가 열다섯 살 먹은 세라에게 보내는 편지투로 쓰인 이 책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면 살이 빠진다고 얘기한다.
우리 뇌는 목마름과 배고픔을 가리지 못해서 목이 마를 때도 배고프다고 받아들인단다. 또 수업 시간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머리가 멍하고 졸립고, 걷다가 단 것이 당기거나 어딘가 앉고 싶어도 ‘내 몸이 물을 부르는구나.’하고 바로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럴 땐 물을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아끼는 꽃나무에 물뿌리개로 정성스럽게 뿌리까지 잘 스며들도록 물주듯이, 한 모금씩 부드럽게 적셔준다는 느낌으로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마시란다.
‘앉아 눕지’ 말고 ‘앉아 서 있어야’ 한다는 곽세라는 애써 하루에 한두 시간 운동을 하려 들기보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물만 제대로 마셔도 몸이 튼튼해지고 살결이 좋아진다고 얘기한다.
또 몸은 꿈을 이루는 도구가 아니라 그 꿈에 닿을 때까지 함께 여행하는 동무라고 흔든다. 어찌 꿈에 닿을 때까지뿐이랴. 몸은 꿈을 이룬 뒤에도 한껏 어울려 누릴 동무이기도 하다.
엉덩이에 커다란 상처를 갖고 태어난 나는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를 전다. 중학교 1학년 때 앓기 시작한 가슴막염을 꼬박 네 해 동안이나 앓았다. 오래도록 항생제를 먹은 탓일까? 20대엔 알레르기 코염과 천식, 대상포진을 달고 살았다. 30대와 40대에도 잇몸이 자주 부어오르고 알레르기에 시달린다.
50대에 들어서서야 고기를 먹지 않고 탄산음료와 간편식을 멀리했더니 알레르기가 떨어져 나가고 더는 잇몸을 앓지 않는다. 60대 중턱을 넘어서서 몸을 바르게 하는 법을 새로 익혔다. 노트북을 독서대에 올려놓고 쓰고 어깨 힘을 빼고 턱은 아래로 낮추고 목을 빼고 앉으며 날갯죽지 아래에 방석을 접어 받치고 하루 20여 분 편안히 누워 굽은 등만 바로 세웠을 뿐인데 몸이 달라진다. 몸이 제자리에 놓이니 마음도 놓인다.
일단 눈을 감아 봐. 그리고 느릿느릿 숨을 쉬어 봐. 슬로 모션으로 숨을 쉬는 거야.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이번엔 조금 더 느리게, 달팽이가 기어가듯이 아주 느린 숨을 쉬어 보렴. 그럼 마음도 느려지고 생각도 느긋해질 거야. 그렇게 느린 숨을 쉬면서 어깨에서 힘을 스르륵 풀어 버려. 봄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걷다 보면 녹아서 흘러내리잖아. 어깨가 그렇게 스르륵 흘러내려야 해. '어깨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라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워도 좋아. 여기까지 잘 따라왔니? 이제 풍선 놀이를 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머리에 풍선을 달고 어깨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고 생각하고, 귀를 당나귀 귀처럼 쫑긋 세워보라며 몸 살림을 일깨운다. 이 말을 따라 귀를 당나귀 귀처럼 쫑긋 세우고 어깨가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린다고 생각해보니 어깨가 가붓하고 목덜미가 가뜬하다.
기분이 무게를 갖고 있다고 흔들고, 웃는 낯빛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다고 하고, ‘건강한 편식’을 해야 한다면서 굶지 말고 맛있게 먹어야 살이 찌지 않는다며 흔드는,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이야기들, 머리가 아니라 몸에 새겨야 살림이다.
#소녀를위한몸돌봄안내서 #원더박스 #곽세라 #몸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