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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택주 Jul 01. 2021

춤추는 피아니스트, 이화정

피아니스트 변신도 무죄일까?

지난 29일 피아니스트 이화정이 펼치는 ‘화정이의 여행, 소풍’에 다녀왔다. 피아니스트 이화정이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연주회를 한다고 해서 클래식을 듣는 자리인 줄 알고 갔다. 그런데 뜻밖에 흥겨운 놀이마당에 어울렸다.      

피아노와 첼로가 어우러지는 것이야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피아노와 첼로가 플라멩코와 어우러지고, 피아노와 가야금, 해금이 어깨동무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피아노와 기타, 첼로와 해금, 사물놀이패가 어우렁더우렁 하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연주마당이라니.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역장 옷을 입은 남성이 깃발을 들고 신호를 한다. 피아니스트 이화정이 트렁크를 들고 내려 표를 내고 역을 빠져나오는 사이 기차는 다시 떠난다. 쇼팽즉흥환상곡 연주로 오른 막은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스팅 OST’로 분위기를 띄운 이화정, 첼리스트 성지송과 어울려 ‘위 아더 챔피언’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를 솔로 연주하는 첼리스트 성지송. 신기하게도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첼리스트 낯빛이 다 저토록 밝았나? 이화정과 성지송이 데스파시또를 합주하고 소피아 윤이 플라멩고를 추며 달아오른 무대에 이어 피아노와 가야금, 해금이 어우러진 ‘오블라디 오블라다’가 새롭다. 탱고 ‘줄리아’, ‘리베라’로 한껏 흥겨워진 무대를 피아니스트 정근헌과 이화정이 ‘헝거리 무곡’ 듀엣 연주로 신바람을 일으키며 막을 내린다.      

아쉬움에 손뼉치기를 멈추지 않는 관중들, 앵콜곡은 ‘사랑의 트위스트’이다. 흥에 겨워 서서 피아노를 치던 이화정과 정근헌 피아노를 떠나 춤을 춘다. 감동한 관중이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친다. 이어지는 앵콜곡은 피아노와 첼로, 바이올린과 사물놀이패가 어우러진 ‘운우풍뢰’, 객석이 함께 들썩인다.      

모든 음악 장르와 어우러지는 피아노를 그렸다는 이화정. 여섯 달이나 손을 맞춘 끝에 양악과 국악이 어울려 신바람 일으켰다. 창조적파괴라고 해야 걸맞을 도발로 옴니버스 뮤지컬을 보고 나온 느낌이다. 보수 성향이 깊은 한국 중견 피아니스트로서는 쉽지 않았을 테다. 피아니스트 변신은 무죄다.     


‘화정이의 여행, 소풍’ 제목 그대로 모든 음악 장르와 만나는 여행이자 함께 어우러지며 누리는, 소소素素하니 놓칠 수 없는 풍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지 한 해하고도 반이 넘어가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며, 문화생활과도 떨어져 산 지 퍽 오래다. 다른 사람보다 호젓함을 잘 받아들이 편이라고 해도 답답함을 견디기 어렵던 터였다. 가뭄에 단비 만난 듯이 코로나로 목마른 감성, 촉촉하니 적셔줬다.     


장르를 뛰어넘는 피아노 놀이꾼으로 거듭나 ‘피아노라’라 불리기를 바라는 이화정. 예술감독 손덕기가 연출한 이 공연은 고양시에서 열리는 122번째 두레 콘서트였다. 2010년 4월에 첫걸음을 떼고 다달이 여는데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니 대단하다. 고양 시민들이 문화 예술에 빠져들도록 하면서 눈길에서 벗어나 있는 어려운 이웃도 아우르는 두레 콘서트, 20년 30년 한결같이 이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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