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택주 Sep 13. 2021

꼬마평화도서관은 어쩌다 향수 공방에 문을 열었나?

따뜻한 마음이 빚은 44번째 평화도서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9월 9일 인천 만수초등학교 옆에 있는 향수공방 ‘휴향지’ 한 켠에 마흔네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마흔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에서 뜻과 책을 이어받아 열었기에 더욱 뜻깊다.

▲  휴향지 꼬마평화도서관 이름패 달기. (왼쪽부터 이금영 관장, 유지혜 관장)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은가?”란 열쇳말을 가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빚은 모임인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은 평화와 생태, 인권과 민주주의를 담은 책이 서른 권 남짓해, 모래 틈에라도 들어갈 만큼 아주 작은 평화도서관인 꼬마평화도서관을 나라 곳곳에 열고 있다.   

  

다세대주택 현관과 반찬가게, 카센터와 한의원, 밥집과 카페, 유치원 어귀, 초등학교와 중학교 복도, 도예작업실과 향수공방처럼 도서관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이나 6·25 때 죄없이 스러진 사람들을 새겨볼 수 있는 노근리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처럼 아픈 역사 현장, 그리고 교회와 성당에 들어서서 맑고 향기로운 평화 풀씨를 뿌린다.


꼬마평화도서관에 들어가는 책은 십시일반으로 모은다. 평화는 어느 한두 사람이 가져다주거나 이끌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 언니와 아우가 두루 어우러져서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  십시일반으로 문 연 44번째 꼬마평화도서관

향수공방 휴향지에 들어선 꼬마평화도서관에도 여러 숨결이 어우러졌다. 먼저 유지혜 관장 서재에서 바깥나들이 한 북녘 사람들 사는 모습을 담은 사진집 <다 똑같디요>를 비롯해 스무 권, 그리고 동화작가가 되려고 하는 나지은 님이 <어린이, 세 번째 사람>을 비롯해 아홉 권을 내놨다.


또 도예가이며 마흔 번째 꼬마평화도서관 이금영 관장이 <공원 아저씨와 벤치>를 비롯해 무려 103권이나 되는 책을, 그리고 미국 아틀란타에 문을 연 꼬마평화도서관과 구미 사람과 자동차 꼬마평화도서관, 제주 영평초등학교 꼬마평화도서관을 열도록 책을 나눈 박삼선 선생이 <밀어내라>를 비롯해 책 스물한 권을 내놓아 어울렸다.


꼬마평화도서관마다 <한국사 편지> 시리즈 다섯 권을 보내는 작가 박은봉 선생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책을 보냈고, <솥 굽는 마을>을 펴낸 로라네 언니들과 독서치유가 강인경 작가도 직접 빚은 <자음꽃씨>, <나무 인간>, <생각하는 사람을>을 보내왔다.

아울러 노근리평화박물관 이사장이며 열 번째 꼬마평화도서관 정구도 관장이 직접 쓴 <노근리는 살아있다>, 다섯 번째 꼬마평화도서관 이대건 관장이 경영하는 출판사 기역에서 펴낸 <우리는 이미 평화의 길 위에 서 있다>와 <평화는 가끔 이렇게 뽀송뽀송>을 보내와 뜻을 더했다.


이번 개관 잔치에는 스물아홉 번째(통일로 다세대주택 현관) 관장 늘보와 서른아홉 번째(지혜를 모으는 마을공동체 모지리) 관장 개똥이, 마흔 번째(박성욱도예작업실) 관장 초내리바람과 도예가 박성욱 선생, 부천 상동에 있는 마을공동체 모지리 이사장 명상맨과 주민 겨리, ‘아우름전인치유센터’ 김서연 대표 그리고 유유미 님이 어울렸다.

▲  책을 펴든 유지혜 관장, 연주하는 유유미씨.

꼬마평화도서관 개관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평화 그림책 연주이다. 연주한 책은 박삼선 선생이 보낸 <밀어내라>와 마흔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에서 이어달리기로 온 <공원 아저씨와 벤치>였다.


사회복지사 이상옥이 글을 쓰고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조원희 그림이 어우러진 <밀어내라>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유지혜 관장이 책을 펴들고 유유미 님이 목소리 연주를 했다. 2018년 5월, 내전을 피해 예멘에서 제주도로 온 난민 이야기가 씨앗이 되었다는 이 그림책은 다름을 차별로 받아들여 밀어내는 세태를 꼬집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 했다.

이어 이금영 관장이 펼친 <공원 아저씨와 벤치> 연주는 차분한 쉼표였다. 


할아버지가 공원에 산책하러 왔어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어휴, 숨차라. 마침 쉬기에 딱 좋은 벤치가 있구나.’ 

할아버지가 하얀 벤치에 앉았어요.


...온 동네에 환하게 불이 켜졌어요. 


“하얀 벤치야, 하루종일 수고 많았지?

내일 또 보자. 잘 자거라.” 

공원 아저씨가 자동차에 불을 켜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십시일반 어우러져 빚어지는 평화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문제를 짚어내는 데서 비롯해 마음 놓고 쉬는 데서 꽃 피운다.

작가의 이전글 여러 빛깔이 어울릴수록 아름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