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난다 신명나는 ‘두손’ 신년음악회를 되새기며
며칠 전 “음악을 들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무려 39%나 낮다”라는 기사(중앙일보)를 봤다.
호주 모나쉬대 연구팀이 70살이 넘은 늙은이들을 10년 동안 따라다니며 살폈는데, 거의 날마다 음악을 들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39%나 낮았단다. 음악은 청각 피질, 기억을 맡은 해마,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까지, 거의 모든 뇌가 ‘불꽃놀이’처럼 피어나게 하는 영양제로 음악을 즐겨 들으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기사를 보며 지난 2월 10일 동두천 카페 슈베르트 무대에서 누린, “난다 난다 신명나는 ‘두손’ 신년음악회”를 떠올렸다. ‘두손뮤직앤아트’ 식구들이 펼친 놀이마당으로 점잖은 여느 음악회와는 달리 듣는 내내 뇌가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피아니스트 이화정과 타악기 연주자 최성윤이 어울려 펼친 연주가 몸과 마음을 깨웠다. 나를 휘어잡은 곡은 “후크드 온 클래식(Hooked on Classics)”으로, 클래식 17곡을 디스코 리듬으로 풀어낸 메들리였다. 두 사람이 한 호흡 한 흐름으로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듯했다.
그 가운데서도 11번째 메들리 피가로의 결혼 아리아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그대여(Voi che sapete)’를 연주하던 최성윤이 한 소절을 구성지게 불러 깊이 남았다.
Quello ch'io provo, viridirȏ!
올해로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은 ‘두손뮤직앤아트’ 대표 피아니스트 이화정은 독주 못지않게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연주를 즐긴다.
첫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김혜선과 피아노 한 대를 나눠 쳤으며, 나중에 캐러비안 해적에서는 연주하던 두 사람이 자리를 바꾸어 치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피아니스트 이화정과 김혜선, 테너 김경찬, 바리톤 서용교, 국악 타악 최성윤과 송화림이 모두 나온 ‘푸니쿨리 푸니쿨라’는 어울림 끝을 보여주며 신바람을 일으켰다.
공연을 보는 내내 셰디 무에푸(Sheddy Muepu)가 한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예술은
죽어가는 이에게 싱그러운 기운을 불어넣고,
어울려 사는 이들에게 슬기를 건네는 목소리이다.
두손뮤직앤아트 연주에서 들었던 곡은 ‘두손뮤직앤아트 유튜브와 이화정 개인 유튜브 ‘너라서 특별해’에 나누어 올린다. 그래서 신바람이 고플 때 찾아 들을 수 있어 연주 때 받은 느낌을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다.
우리 뇌는 음악을 들으면서 멜로디를 미루어 생각하고, 가사를 떠올리며 그때 그 느낌을 끌어와 리듬·운동·감정·기억을 한꺼번에 불러낼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 뇌세포가 무너지는 것도 막는단다. 모나쉬대 연구팀을 아우른 라이언 교수가 “어떤 장르든 즐거움을 느끼는 음악이 뇌에는 으뜸가는 영양제”라며, 추켜세울 만큼 음악이 뇌를 살리는 데 단단히 한몫한단다.
내가 일흔 중반에 젊은이나 아이들과 어울리기 어렵지 않았던 까닭은 피아니스트 이화정과 다섯 해 넘도록 어울려 놀며 내 뇌가 불꽃처럼 피어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참, 두손뮤직앤아트 식구들은 연주가 좋다는 말보다는 “이쁘다!”와 “멋지다!”란 말을 더 반긴다. ‘믿다’에서 온 ‘미쁘다(믿브다)’와 보금자리를 뜻하는 ‘깃’에서 온 ‘기쁘다(깃브다)’처럼 이쁘다(읻브다)는 말은 곱고 좋다는 뜻을 가진 ‘읻다’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까 ‘이쁘다’는 소리가 곱고 좋다는 말이고, 멋지다는 농사짓고 집 짓고 옷 짓듯이 소리로 멋을 짓는다는 뜻이다.
이쁘고 멋진 소리 가락으로 내 뇌를 깨워주다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악기는 세다. 무기보다 훨씬 더."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부천과 산본에서 동두천에 있는 카페 슈베르트 무대까지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와서 어울려 내 살림을 밝혀준 동무들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