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호강
해마다 7월이면 부모님과 연꽃을 보러 다녔다. 아주 오래된 습관이고 규칙이었다. 작년을 빼고는...
우리는 연꽃의 탐스럽고 귀족스런 자태보다 은은한 향을 좋아한다. 연꽃 주변을 산책하다 특정 구간에서 훅 흩뿌려지는 그윽한 향에 매료되어서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아픈 엄마도 예외는 없었다.
그 꽃이 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진흙 속에서 저렇게 우아한 자태와 향을 자랑할 수 있다니! 존경스러운 꽃이다.
2년 만에 만난 연꽃 향은 최고였다. 땡볕도 상관없을 정도로 홀릭했다.
그 옆에 진한 분홍을 묻혀 내는 배롱나무도 멋을 한껏 끌어올렸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올해 눈에 띈 것은 이 나무!
열매가 이토록 많았던가?
무서울 지경이다.
생물은 죽음의 위기에 열매를 한껏 더 과하게 맺는다는데..
속을 모르겠는 나는, 이 나무가 괜찮은 것이지... 염려하며 옆을 지났다.
눈도 코도 마음도 호강한 날이다.
넷이 다니던 길을 걸으려니 참 많이 그리웠다.
좋은 것을 보면 더 생각이 나서 행복하면서도 서글펐다.
남은 휴가는 방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