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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시겠어요~

성인들이죠?

by 나노


올해 스승의 날에도 못 받은


스승의 날도 아닌데 복 넘치는 꽃다발을 받았다.

과분하게...


2년 전에 떠나온 학교. 눈물 콧물 흘리며 떠나온 그곳에서 가르쳤던 애들이, 이곳에 찾아왔다.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면서.

참 이 감사한 마음과 발길을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감읍할 뿐...

이 녀석들은 3년을 쭉 데리고 올라갔던 아이들이다. 이제 성인이 되어서 한껏 멋짐을 흩뿌리며 등장했지만, 내 기억 속에는 눈 땡그랗던 17살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욘석들이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까지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눈물이 난다. 그런데 돈을 모았다면서 한아름이 넘치는 거대 꽃다발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이 땅에서 겪었던 서러움과 눈물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감히 누가 나를 서럽게 만드는가? 내 제자들이 내 인생 꽃길을 이렇게 응원하는데...

참 복되다. 이 길...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게 하고, 우리는 학교 앞 돈가스 집으로 갔다. 다행히 식당은 여유가 있었다. 고등학생 때 급식을 투밥, 쓰리밥 하던 복순이들이라 1인 1 메뉴 + 2 메뉴를 추가했다. 그런데 우리 아가들 배가 줄어서 다 먹지를 못했다. 왜 안쓰러운 것인지...

먹는 기쁨이 줄어든 것이 왜 짠한지.. 맘 놓고 먹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것인지... 그래도 우리의 수다는 꺾이지 않았다.

문화재 관리하는 전공 이야기를 하는 녀석, 반수로 원하던 대학에 가서 즐거워하는 녀석, 인생 최고의 도파민을 찍고 전해주는 녀석, 간호학의 살벌한 학업량을 토로하는 녀석까지. 어찌나 다양하고 기특하던지.


밥은 먹고 일어서는데 식당 사장님께서 웃으시면서,

"행복하시겠어요~"

훅 들어온 대화에 당황했지만, 감사한 말씀이라 얼른 답했다.

"네. 행복해요. 잘 먹었습니다."

"다 성인들이죠?"

아마도 우리 애들의 연애사를 언뜻 들으셨나 보다.


"네. 대학생들이요."

"하. 우리 아들도 고등학생인데, 이렇게 컸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너무 착해서요."

웃으면서 우리는 2차 커피숍으로 향했다.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을까?


졸업생들이 제비처럼 돌아와 짹짹거릴 때면, 내 인생 날개가 커져서 붕새가 되는 느낌이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창공을 뒤덮는 그런 벅차오름과 충만함에 공중에 떠있는 기분이다. 행복하다.

행복해!

욘석들이 작년에는 뜨끈한 백설기를 뽑아다 교무실에 돌렸었다. 우리 선생님 잘 부탁한다고^^ 그 덕에 일 년을 잘 버티고 적응이라는 것을 했다.

참 복이 많다.

조금 더 버티어도 좋을 것 같다. 내 키다리아그들!

꽃다발은 울 엄니께 헌납했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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