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박아~

(창작 동화)

by 나노

맨들 맨들 뽀요얀 하얀 종이같은 얼굴.

어딜가나 이 반짝이는 피부를 부러워한다.

너무나 하얗게 태어나서 이마만 찌푸려도 주름이 가는 게 신경쓰이지만.

“무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얼굴이 하얗니?”

당근이 물었다. 무가 볼을 만지면 대답했다.

“그러게. 내가 좀 하얗지?”

“부러워. 난 이렇게 누렇게 생겼는데....”

당근은 자신의 붉은 얼굴을 만지면서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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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족뽀족 꽉 속부터 차오른 머릿결.

어딜가나 이 풍성한 머릿결을 부러워한다.

머리를 묶을 때마다 차고 넘치는 이 머리숱이 귀찮기는 하지만.

“배추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머리숱이 많니?”

양파가 물었다. 배추가 너무나 꽉 차서 터진 머리끈이 만지면서 대답했다.

“응. 좀 많기는 하지?”

“좋겠다. 난 이렇게 적은데...”

머리 위로 줄기 세 가닥이 걸려 있는 양파가 머리를 만지면서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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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무에게 말했다.

“저쪽 텃밭 끝에 피부가 엄청 꺼칠꺼칠한 친구가 있어. 얼마나 꺼칠한지 만지면 하얀 가시가 손을 콕콕 찌른다니까.”

“정말? 온몸에 하얀 가시가 있는거야? 우리처럼 맨들 맨들한 피부가 아니고?”

무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당근이 대답했다.

“심지어 까칠한 피부가 한 겹이 아니라 여러겹이래.”

“신기하다.”

무는 하얀 가시가 겹겹이 있다는 친구가 궁금했다.





양파가 배추에게 말했다.

“저 입구 쪽에 머리숱이 엉성한 친구가 있어. 얼마나 머리숱이 적은지 서너가닥인데 까칠해서 묶기도 어렵다니까.”

“진짜? 그럼 머리카락도 적고 뽀족뽀족 한거야?”

배추는 호기심에 물었다. 환하게 웃으며 양파가 대답했다.

“심지어 얼굴도 길어서 머리카락이 잘 보이지도 않아.”

“힘들겠다.”

배추는 자신의 잡히지 않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아침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던 아침이었다.

밀집 모자를 쓴 농부가 저벅저벅 밭으로 들어왔다.

다른 날처럼 또 물을 줘서 갈증을 없애 주거나, 풀을 뽑아서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것이다.





그런데,

텃밭 입구에 멈춰서 당근의 머리카락을 뒤적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뽀옥”

주황 당근이 뽑혀서 허공에서 외쳤다.

“무야~ 나를 구해줘!”

당황한 무가 머리를 쭉 뻗쳐 손을 잘으려고 하는 순간, 바구니에 담겨 버렸다.

그리고는

“부아악~”

무도 뽑혀 농부의 손에 붙잡혔다. 땅 속에서 한참을 들어올리니 무의 하얀 얼굴이 멀리까지 보일 듯 했다. 후덜덜 떨리던 손을 허공에 휘적이다 바구니에 턱 담겼다. 놀란 당근과 얼굴이 하얗게 질린 무는 서로를 부여잡고 벌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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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농부는 바구니를 들고 밭 끝으로 걸어갔다.

밭 끝에서 당근과 무가 뽑힌 것을 본 양파와 배추도 두려움에 떨었다.

“배추야 우리도 뽑혀가면 어떻게 하지?”

“그러게. 너무 무서워.”

양파와 배추도 손을 맞잡았다.

그때

“뽁”

농부가 양파를 뽑아 바구니에 넣었다.

“양파야~”

배추가 두 손을 뻗어 양파를 잡으려고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농부의 두 손이 배추의 얼굴을 감쌌다.

“부악”

눈을 떠서 바라보니 배추도 이미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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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바구니에 담긴 당근, 무, 양파, 배추는 농부의 집으로 함께 옮겨졌다.

“우리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진 당근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뽀족뽀족한 배추가 날카롭게 대답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해맑은 표정으로 무가 말했다.

“넌 그게 위로라고 하는 말이니?”

양파가 매콤한 말로 무를 나무랬다. 무안해진 무는 얼굴이 더 하얗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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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야~~~~”

농부가 거침 없이 소용돌이 치는 수돗물 속에 넷을 우당탕탕 쏟아 넣었다.

“우왁 우왁~~~~”

서로의 머리카락이 엉키면서 배추의 흰 가시가 양파를 찌르고, 무의 몇 가닥 안되는 긴 머리카락이 당근을 휘감았다.

“아 따가워!”

“아잇, 따끔해!”

양파와 당근은 배추와 무를 째려 보았다. 둘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몇 번의 찬물 샤워를 거친 후에서야 모두 함께 소쿠리에 널부러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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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농부가 갑자기 배추와 무를 들어올렸다. 찬물 수영에 지쳐서 버둥거릴 힘도 없이 축 늘어져서 도마 위에 누웠다.

배추가 용기를 내서 먼저 물었다.

“네가 무야? 얼굴이 엄청 하얗구나.”

널부러진 긴 팔을 옮기며 무가 대답했다.

“응. 안녕 난 무야. 너는 머리카락이 풍성한 것을 보니 배추구나?”

배추가 머릿결을 정리하며서 고개를 끄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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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척”

은색 빛을 반짝이며 칼이 허공과 도마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꺄악~~~”

“안돼~~~~”

배추와 무는 정신 없이 반짝이는 칼과 맞서 싸웠다.

그리고 빨간 큰 그릇에 와당당당 부어졌다.

힘이 빠진 배추와 무는 서로 엉켜서 부등껴 안았다. 잠시 후 하늘에서 흰 눈이 쏟아졌다. 그리고 살며시 잠이 쏟아졌다.




톡톡톡

몸을 때리는 소리에 눈을 떠서 보니 당근이 도마에서 큰 그릇으로 떨어졌다. 무는 당근이 반가웠지만 잠이 쏟아져서 인사를 할 수 없었다.

툭툭툭

머리카락을 건드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양파가 도마에서 큰 그릇으로 떨어졌다. 배추는 양파를 다시 만나 반가웠지만 스르륵 눈이 감겨 인사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알싸한 향기가 났다. 그리고 차가운 물이 콸콸 몸을 덮었다. 어디선가 비릿한 향도 났고, 몸을 가볍게 때리는 고소한 향도 가득했다.






휘적휘적휘적

농부가 감탄하며 말했다.

“나박 물김치가 맛나게 되었네.”

당근, 무, 양파, 배추, 고춧가루, 물, 새우젓, 깨가 만나서 붉은 강물을 이루었다.

세상 어디서 맛본 적이 없는 은은한 향이 물씬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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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해당 그림은 챗지피티를 활용한 결과물입니다. (땅에 있어야 할 무와 배추가 처음부터 뽑히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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