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썰! 뱁이's

(창작동화)

by 나노

부시럭 부시럭.

포로록

차가운 겨울바람에 흰 뭉치가 저멀리 굴러간다. 데굴데굴 야무지게 구르다가 회양목 나무 울타리 밑에 턱 걸리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호기심 넘치는 뱁이가 뽀로록 날아 올라 정찰을 나갔다. 옆을 지나던 빨간 모자의 등산객이 뱁이 기척에 깜짝 놀라 외쳤다.


“에구머니나! 무슨 참새가 이래!”


서둘러 정찰을 나서느라, 빨간 모자 등산객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만일 사람이 피하지 않았다면 등산객 머리에 정통으로 부딪힐 뻔 했다. 뭐 이런 소소한 사고에 놀랄 뱁이가 아니다. 지금 뱁이의 눈을 끄는 것은 바람에 날라간 저 흰 뭉치다.



‘저것은 휴지도 아니고 눈발도 아니다. 분명 더 무겁고 빠른 움직임이었어!’


뱁이도 나름 경계 발령을 내리고 달려가는 중이었다. 10마리의 뱁이’s를 지키기 위해서!

뱁이 가족은 항상 함께 움직인다. 한꺼번에 같이 나무로 올라갔다가, 또 다같이 나무 밑으로 내려 앉았다. 누구 하나라도 날개짓이 조금만 늦어도 그것은 큰일이다. 워낙 작고 가벼운 체구라서 어딜 가더라도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기 위해서는 하나 둘 셋! 스타카토로 동시에 움직이고 일제히 올라서야 한다. ‘우리는 하나다!’ 이것이 뱁이네 가족의 가훈이었다. 그래서 오늘 뱁이의 비행은 특별한 것이었다. 홀로 나선 정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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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목 밑에는 검정 열매와 켜켜이 쌓인 잎더미 속에 다양한 풀씨가 숨겨져 있다. 그곳은 뱁이네 생활터전이다. 그 사이에 무엇인가 낯선 것이 날아 들었으니 확인이 필요했다.

안전을 위해 흰 뭉치와 한 날개짓 떨어진 뒷 부분에 내려앉았다. 나뭇잎 사이로 살짝 고개짓을 해서 보니 부옇게 하얀 뭉치가 보인다. 조금 더 자세히 보려 한 걸음 옮겨 딛자, 뭔가 따뜻하고 호로록 시선을 잡아 댕기는 눈알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 이것은 분명 눈이다. 눈. 하얀 눈이 아니라 우리 뱁이 가족처럼 생긴 눈이다. 눈 높이가 다른 것도 아니고 딱 어깨 높이 나란히 하는 뱁이의 눈이다. 뱁이가 놀란 것처럼 상대도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상황을 파악하려 대굴대굴 눈알을 굴렸다.


‘아니, 다른 뱁이 가족들은 본 적이 있지만, 붉은 색이 아니라 흰색?’


뱁이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두 걸음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두 걸음 더 뒤로 물러서서 몸을 숨기려했다.


“안녕? 너도 뱁이야?”


호기심 넘치는 뱁이가 먼저 질문했다. 덩치 큰 괴팍스런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도할 수 있어서 용기가 났다. 뱁이의 질문에 움츠렸던 어깨를 피면서 고개만 살짝 빼꼼 내밀었다. 저 오목한 눈과 맨들맨들한 머리, 작고 앙증맞은 몸선까지 딱 뱁이다. 그런데....


“응. 뱁이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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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더 조심스러워 하면서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같은 뱁이라면 10명 이상의 대가족 생활을 해야하는데, 어째서 혼자인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었었다.


“왜 혼자야? 너도 정찰을 나온거니?”

“아니...”


시선을 바작으로 떨군 채 흰 뭉치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미안해진 뱁이가 어쩔줄 몰라 눈치를 봤다. 정찰을 나온 것도 아니라면, 저 흰 뭉치는 뱁이의 생존 법칙을 깨뜨리고 있다. 그러니 목숨이 위험하다. 뱁이는 혼자 몸으로는 가족의 보금자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을 본능으로 알았다. 10마리와 1마리는 비교 불가다. 그렇다고 의도를 알 수 없는 흰 뭉치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이마를 찌푸리며 말 한마디 한 마디에 힘을 줘서 말했다.


“이곳은 우리 가족 거야. 빨리 떠나줘.”


최대한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말을 이었다. 이 한겨울에 풍족한 풀씨와 귀한 애벌레를 품고 있는 먹을 곳은 흔하지 않다. 10마리나 되는 뱁’s가 겨울을 보내려면 절대로 지켜야 한다.

단호한 뱁이의 경고에 흰 뭉치는 몸을 오소소 떨며 더 대답하지 못했다. 어쩌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저렇게 하얗게 질렸는지, 조금은 안쓰러웠다. 먹을 것도 못 먹어서 깃털조차 새하얗다니. 붉은 빛을 내야 하는 뱁이의 생존 법칙에 너무 안맞는다.

사람들은 우리를 흔히 참새로 안다. 풀숲에서 포르르 날아 올라 한꺼번에 움직이면, 당연히 참새 떼가 움직인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참새보다 눈도 훨씬 또렷하고, 꼬리도 훨씬 길고, 몸도 5등신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아주 전혀 모른다. 좀 전의 빨간 모자 등산객처럼 보지도 않고, 우리를 3등신 참새라고 한다. 그 녀석들은 배가 퉁퉁해서 욕심 꾸러기들인데, 감히 우리를 그 쪽과 구별하지 못하다니. 종종 기분이 언짢다. 그래도 붉은 빛이 겨울철 낙엽 속에 숨어들기 딱 맞아서 보호색을 포기할 수 없다. 참새 녀석들도 그랫 붉은 빛을 입고 있겠지만. 그런데 눈 앞의 저 녀석은 하얀색이다. 붉은 나뭇잎 사이에 너무 눈에 띈다. 이건 아주 위험한 것이다. 이곳은 겨울에 눈 오는 날이 손에 꼽히는데, 어쩌자고 저렇게 하이얗게 눈이 부신 것일까? 더구나 혼자서...


고개 숙인 흰 뭉치를 자세히 바라보니 눈 밑에 거뭇한 것이 고생을 많이 한 얼굴이다. 눈도 우리처럼 오목하니 또렷하고, 분명 뱁’s가 틀림 없는데, 어쩌다 저렇게 뽀얗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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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뭉치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이곳은 눈이 안 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자꾸 마음을 찔렀다. 간질 간질한 것이 뱁이 마음을 따끔하게 했다. 그래도 최대한 딱딱하게 대답해야 한다. 저 아이는 침입자다. 9마리의 가족들이 총공격을 해오기 전에 내보내는 것이, 저 녀석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안 와. 작년에도 3번도 안 왔을 거야....”


차갑게 말했지만, 눈이 마주칠수록 흰 뭉치의 붉은 눈시울에 자꾸만 뱀이의 말끝이 자꾸 흐려졌다.


“그럼. 여기도 아니구나.”


지친 표정으로 흰 뭉치가 대답했다. 아마도 찾고 있는 곳이는 있는 것 같았다. 더는 참지 못하고 뱀이의 호기심 뭉치가 터졌다.


“너 가족을 찾고 있는거야?”


놀란 듯한 표정으로 흰 뭉치가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응. 어떻게 알았어?”

“우리는 혼자 못 살잖아. 언제나 가족과 함께니까. 니가 혼자 떨어진 것 같았어.”


뱁이의 대답에 고개를 끄득이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런데... 어쩌다 가족들과 헤어졌어?”


어느새 뱁이는 흰 뭉치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떨리는 어깨에 자기 깃털을 나란히 하면서 아야기를 이어갔다. 붉은 깃털이 흰 깃털에 닿았을 때 깜짝 놀라더니, 온기를 느껴서인지 피하지 않고 덤덤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뱁이 가족은 눈을 찾아다녀.”

“왜?”

“우리가 살던 곳은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와서 움직일 수 없어. 그래서 겨울이 되면 바다를 건너 눈이 적은 곳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했어. 하필이면 바다를 건널 때, 눈바람이 휘몰아쳐서 나혼자 이곳으로 떨어져 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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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이는 처음 들은 눈 많이 오는 마을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디만, 그것보다 혼자 남겨진 녀석이 걱정되어 숨도 안 쉬고 물었다.


“그럼 가족들이 널 두고 간 거야?”

“아마도 그런 것 같아.”


흰 뭉치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뱁이 가족들은 생존을 위해 때로는 과감하게 꼬리 자르기를 할 때가 있다. 항상 모두의 생존을 위해 함께 움직이지만, 위험이 눈앞에 보일 때 한 생명을 위해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갈 수 없다면 손절을 택한다. 누군가는 잔인하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그 가혹한 자연의 법칙에 흰 뭉치도 손절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혼자 살아 남거나, 혼자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생명의 법칙은 명확해서 중간이 없다. 이 흰 뭉치도 제 녀석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인 것 같다. 아마도.

사실 지난 겨울 밤에, 우리 뱁이 사촌동생 ‘뻑이’도 혼자 날아오르지 않아서 길냥이 녀석에게 희생되었다. 우리는 나뭇 가지에서 앉아서 숨죽여 뻑이가 잡혀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뱁이의 생존 법칙이니까. 그러니 흰 뭉치도 뻑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목이 따끔따끔 아픈 것이 울컥 무엇인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큼큼 숨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넌 그러면 대책이 있어? 가족을 찾아 간다거나?”


뻔히 없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질문했다. 하지만 정해진 답에 돌아오는 대답 또한 정해진 답이었다.


“아니.....”


흰 뭉치는 고개를 숙일 뿐 더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우리 뱁이 가족들과 떨어진다면? 아찔한 상상을 해보아도 뱁이의 처지도 흰 뭉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을 도울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3년 인생을 되짚어 봐도, 많은 눈으로 흰 뭉치를 가려줄 만한 장소는 없다. 어디로 날아가 보라고 권해줄 수도 없다. 오목눈의 깊이를 보아하니, 이 녀석은 고작 한 살 정도나 되어 보인다. 그러니 더더욱 방법을 모를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자연의 법칙’뿐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뱁이도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부시럭 부시럭

어디선가 불쾌한 스물스물 걸어오는 소리가 났다. 둔탁한 무게감이 있는 이 소리는! 길냥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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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이는 흰 뭉치 녀석과 눈을 마주치자 마자 포르륵 함께 회향목 나무 꼭대기까지 날아올랐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생존 전략! 함께 또 함께 비행법이다. 처음 맞춰봤지만 흰 뭉치 녀석은 분명 뱁이가 틀림 없다. 이렇게 같은 동작과 방향으로 순식간에 나무 꼭대기까지 올랐다. 고개를 숙여 밑을 보니, 재빠른 우리의 움직임에 길냥이 놈은 앞 발만 허공에 휙휙 냥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역시 우리의 재빠름은 아무도 못 이기지!!! 안도의 눈빛으로 흰 뭉치 녀석을 보자 눈이 마주쳤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함께 눈웃음을 지었다. 우리 뱁이들은 오목한 눈이 매력포인트인만큼 이 눈웃음이면 다들 마음을 활짝 연다. 그런데 그 뽀얀 녀석의 눈웃음에 내 마음이 활짝 열린 것이 문제지만.


정찰을 나온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우리는 뭉치면 산다 족이라 개인 행동이 금지되어 있다. 지금쯤이면 엄마와 아빠가 9마리 대군을 이끌고, 이쪽 나무로 나를 찾아 올 것이다. 그러다가 이 흰 뭉치를 발견하면 무차별 공격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 가족의 끈끈함은 혈족에 제한된 것이지, 다른 종족에게는 무서운 본능일 것이 분명하다.

결코! 내가 저 녀석의 눈웃음에 반해서가 아니라, 넓디 넓은 조류애 때문에 흰 뭉치 녀석을 살리고 싶은 것이다. 아니 살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싶다. 정찰을 핑계로 나왔지만, 뭉치가 눈 앞에서 굴러갈 때부터 지켜 보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는지.... 저 녀석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간 것은. 빨리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 녀석을 우리 가족들로부터 보호할 좋은 아이디어를!!!!! 얼마 남지 않았다. 불안함에 고개를 들어 뱁’s 패밀리가 있는 나무 둥치를 바라보았다.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버지가 내려다 보고 계셨다.

네! 이놈!


눈빛이 사납다. 서둘러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한다.

놀라서 흰 뭉치를 돌아보니, 녀석도 눈치가 제법이다. 어깨를 움츠리면서 도망갈 구멍을 찾는 것 같다. 오목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나를 따라와!’ 제 녀석이 살려면 눈치껏 알아 듣고 따라올 것이고, 아니라면 도망가겠지. 뱁이는 날개짓을 포르륵 지으며, 가족 둥치로부터 최대한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풀숲으로 깊숙이 숨어 들었다. 땅 위에 쌓이 낙엽 켜켜이를 비집으면서 파고 들었다. 부스럭부스럭. 다행히 흰 뭉치 녀석이 눈치껏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최대한 나뭇잎 사이에서 구르고 또 구르며 흙을 몸에 묻혔다. 이유를 묻지 않고 흰 뭉치 녀석도 정신 없이 내 모습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렇지 그렇지. 잘하고 있어’

한참을 구르고 또 구르다 보니, 흰 뭉치 녀석이 제법 누런누런 해졌다. 특히 깃털 부분이 제법 노릇노릇한 것이 흰 깃털이 가려졌다. 그런데 저 머리는 왜 아직도 하얀 것인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포르륵 날아서 이번에는 웅덩이로 갔다. 흰 뭉치도 한참을 구르다 나를 따라서 웅덩이로 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웅덩이에 머리를 남아 푸르르 떨었다. 진흙으로 질척거리던 웅덩이에 머리를 넣으니 털을 젖었지만, 분명 거무튀튀해졌다. 그래 이것이다. 한참 나를 보던 흰 뭉치가 머리를 진흙 웅덩이에 넣고 부르르부르르 떨며 깃털 하나 하나에 진흙을 꽂아 넣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할수록 녀석의 깃털의 흰색이 자취를 감췄다. 진흙 덩이의 거무튀튀한 흑새로 보였다. 그래 저 정도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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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해!”


흥분한 뱁이가 속삭였다. 머릿털에 진흙을 꾸역꾸역 쌓던 흰 뭉치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았다. 이제 저 녀석은 더 이상이 흰 뭉치가 아니다. 오목눈이를 동그랗게 말면서 환하게 웃었다. 뱁이도 저절로 웃음을 따라 했다. 가족을 속이는 것이 자신은 없지만, 홀로된 저 녀석을 우리 가족으로 넣을 수만 있다면 거짓말도 할 수 있다. 어디선지 모르게 그런 자신감이(?) 배신감이 올라왔다. 어깨에 힘을 넣어 포르륵 날아올랐다. 아주 빠르고 자신감 있게. 흑색이 된 뭉치 녀석도 나를 따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부터는 최대한 불쌍한 모습으로 뱁이 가족을 설득해야 한다. 일단 가족 둥치 근처로 날아가 흑색 뭉치를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 나무 꼭대기에서 정찰 중인 아빠에게 갔다. 최대한 긴장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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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흰 뭉치 녀석 쫓아 보냈어요.”

“그래? 우리 아들 잘했어. 그래도 혼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해.”


엄숙한 표정으로 아빠 뱁새가 뱁이를 나무랐다. 뱁이는 최대한 어깨를 내리면서 대답했다.


“네.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을게요.”


뱁이의 빠른 태세전환에 아빠 뱁새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타일렀다.


“그래. 알면 되었다.”


지금부터다. 저 흑색 뭉치를 살리려면 내가 아빠를 잘 설득해야 한다.


“저기 아빠.”


조심스러운 뱁이 목소리에 아빠 뱁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저, 산 속 옹달샘에 갔다가 혼자 떨어진 다른 뱁새를 만났어요.”


혼자라는 말에 아빠 뱁새도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산속에서 혼자 남은 뱁새의 운명을 이미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안타까웠겠구나. 우리 뱁이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말을 더했다.


“저, 그 친구가 너무 안타까워요. 곧 죽게되겠죠?”


뱁이는 마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것처럼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마음 약한 뱁이의 평소 성격을 아는 아빠는, 더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빠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진 것을 확인하고 뱁이가 이어 말했다.


“그 친구가 우리 가족이 될 수 는 없는 거죠? 혼자는 못 살잖아요....”


난처해진 뱁이 아빠는 말없이 뱁이의 오목눈을 바라보았다. 혼자 동떨어진 뱁새가 불쌍하기는 하지만, 지금 가족들도 한 줄 나뭇가지에 앉기 빠듯한 10마리이다. 여기서 혈육도 아닌 다른 뱁새를 품기란 불가능이다.


“뱁아. 니 마음은 알지만.....”


아빠 뱁새가 말을 채 끊내기도 전에, 서둘러 끼어들며 뱁이가 손살같이 말을 이었다.


“작년 겨울 죽은 뻑이가 생각났어요!!!”


눈물 글썽이는 뱁이의 말에 아빠 뱁새는 더 말할 수 없었다. 뻑이는 뱁이와 참 결이 잘맞는 사촌이었다. 그래서 녀석의 허전함을 더 공감할 수밖에..... 뱁이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 뱁새의 품으로 파고들며 외쳤다.


“함께 살게 해주세요~”


뱁이 아빠는 훌쩍이는 뱁이 어깨를 다독이고는 푸드득 가족들이 있는 회양목 숲 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풀숲에서 푸드덕 푸덕 한참을 퍼덕였다. 뱁이는 숨을 죽이고 가족 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제발. 제발. 흰 뭉치가 가족이 되게 해주세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목눈을 꼭 감고 기도하던 뱁이의 어깨를 누군가 툭 쳤다. 눈을 떠서 보니 아빠 뱁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뱁이야. 다른 가족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아. 다만, 혼자 있으면 죽게 될 것이 뻔허니, 이 겨울바람만 함께 이겨내고 떠나 보내는 거다.”


뱁이는 뛸 듯이 기뻤지만, 뛰는 심장을 내리누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아빠.”


말을 끝내고는 포르르 날아서 흰 뭉치에게로 갔다. 흑색이 된 흰 뭉치는 뱁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가, 곧장 반가운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흰 뭉치가 하얗다. 옆에 있던 누런 나뭇잎을 콕콕 주어서 깃털 사이에 꽂아주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날 따라와. 흑색 뱁아.”


안도의 숨을 쉬며 흰 뭉치가 뱁이 뒤를 뽀르르 따라 붙었다. 뱁이’s 가족이 회양목 위의 전나무 가지에 9마리가 쪼로록 앉아서 흑색 뱁이를 지켜보았다.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머리를 쪼거나 날개를 뽑으려는 눈빛들은 아니었다. 뱁이는 나뭇가지 가장자리에 후다닥 내려 앉아서, 옆 자리를 눈짓하며 흑색 뱁이의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토도톡.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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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자리에 온기가 돌았다.

모두들 흑색 뱁이가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아닌 것을 알았지만, 흰 머릿털 날리는 한겨울을 함께 견디기로 결심을 했다.


안녕! 흰머리오목눈이야!



-끝-



*해당 그림은 챗지피티를 활용한 결과물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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