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케이크 초가 타오르기 시작하는 냄새'

by 황신혜신

모두가 인정하는 바로 그 ‘중2’가 된 시영이는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있다.

그게 재미인지, 회피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화가 나며 동시에 무기력하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에게 이야기는 하지만, 선택과 행동은 이제 온전히 네 몫인 나이가 되었어.

사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다만 앞으로의 너의 5년은, 그 어떤 5년보다 네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거야.
그리고 너의 전두엽은 지금 위험한 상태에 빠졌어.
계속 이대로 살면, 마음을 바꿔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힘들 수도 있어. 알아둬.”

진심과 협박과 죄책감과 걱정과 책임회피와 슬픔과 두려움, 비겁함과 괴로움이 뒤섞인,
무책임한 말을 내려놓을 뿐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두 번째로 키가 컸던 아이가
갑자기 키가 쑤욱 자라, 이주 만에 집에서 제일 커졌다.

끽끽대던 사춘기 목소리는 깊은 저음으로 내려가고,
뽀송뽀송 보드랍던 아기는 이제 골격이 단단해져 안아도 포근하지 않은 청년이 되어 간다.

이 청년의 입을 쫙 벌리면 아기 시영이가 뱃속에 들어 있을 것만 같은,
이 갑작스러운 간극이 요즘은 쉽지 않다.

그와 나의 관계는 실망, 갈등, 분노, 두려움, 그리움, 포기할 수 없는 사랑, 기대, 희망의 무한 루프를 돈다.


그런데,

“생일케이크 초가 타기 시작하는 냄새가 나네, 엄마.”

이 녀석의 짧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다시 몽글몽글해진다.

둘이 함께 길을 걷고 있었고, 말 그대로 양초 타는 냄새 같은 것이 나고 있긴 했다.
그래도 그걸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너무 멋진데!

순간의 감탄은 생일 케이크 초가 화악 타오르는 그 짧은 순간의 환함으로 시각화되고,

생일케이크만 보면 마냥 신나던 세 살, 네 살, 다섯 살의 시영이가 스쳐 지나간다.

연약한 생일초의 밝음이 시영이 같고, 짧은 순간 타올랐다 꺼질 수밖에 없는 촛불이
나의 운명처럼, 그리고 시영이의 운명처럼 느껴져 쓸쓸해진다.

초는 타올라야 초가 되는 것이겠지. 끝내는 다 타 사라질 수 밖에 없지만 불을 붙이지 않은 초는 행복할까?

온갖 감정과 단상들이 겹겹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시영이의 세심함에 나는 또 기대를 하며
잠시, 아주 잠깐, 꿈을 꾼다.

"우리 시영이가
시를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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