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소고기뭇국
무교동북엇국집
서울 중구 을지로 1길 38
02-777-3891
북엇국, 황태국을 좋아합니다.
전복죽도 좋아하구요.
샤브샤브도 좋아합니다.
갈비탕도 좋아하고, 곰탕도 좋아합니다.
콩나물 해장국은 제 soul food 이지요.
대충 아시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를요.
네, 저는 속 편하고, 시원하고 진한 국물을 좋아합니다.
징한 세상. 진한 국물로 녹여줘야 그나마 살맛이 납니다.
나이를 먹아가며 더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할아버지 입맛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자주 찾는 음식점엔 어린 친구들보단,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습니다. 어른들일수록 소화 잘 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찾으실 테니까요.
황태국은 꽤나 보편적인 음식입니다.
전문점도 종종 있지만, 순댓국집도 그렇고, 여러 종류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황태포 재료만 잘 갖춰져 있다면,
끓여서 만들기 쉽기 때문이겠지요.
전 여친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 종류를 잘 알아서, 집에서 이 황태국을 한 번씩 끓여주었지요.
계란을 탁 풀고, 파 송송.
라면 먹을 때도 비슷하지만,
사실 영양가나 맛에선 라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정성이 들어가 있어 맛있게 먹어주고,
열심히 했지요. 여친이 시키는 것이나, 원하는 것, 뭐든 말입니다. ㅎㅎ
밖에서 황태국을 먹다 보면, 먹을만 했고 속도 편했지만 사실 그닥 맛있다거나,
아, 이거다
하는 느낌은 잘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속 편하게 한 끼 챙겨 먹었다
정도였지요.
꽤 유명한 한남 북엇국이 그래도 괜찮아서,
인사동 지점 (안녕 인사동 내 위치) 에도 종종 가고,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푸드 코트에 있는 지점에도 가곤 했습니다.
재료와 국물 등 전문점이라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 싶어서 좋아했습니다.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조찬 강연에 참석했을 때, 식사로 전복황태국이 나왔었는데,
‘히야, 있는 사람들은 호텔에서 황태국에도 전복을 넣어 먹는구나.’
하며 맛있게 먹었던 적은 있습니다.
히지만, 저 같은 서민 직장인이 황태국 먹겠다고 제 돈 내고 호텔 가서 전복황태국 편하게 먹을 건 아니니 한 번의 경험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교동 다동 근처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계속 밥 먹자고 하시길래, 한 번은 그곳으로 날아갔더랬지요.
원하시는 음식이 있느냐고 여쭤보니,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이면 좋다고 하시길래,
무교동 낙지나 어복쟁반을 먹을까 하다,
속이 별로길래 북엇국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지나가다 눈에 걸리는 맛집 위주로 가던 인간이,
스마트 폰 시대엔 이렇게 검색 요정이 되어 버렸지요.
어린 친구들과 만나서 케치 테이블을 하지 않으면 원시인 아저씨 취급을 받으니, 눈물을 머금고 깔았는데 잘 써먹고 있습니다 ㅎㅎ
예약비를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곳들이 있어서 그나마 조금 덜 한 편이지요. 흐
그렇게 찾은, 무교동 북엇국.
가게 이름과 한 가지 메뉴, 만원이라는 가격까지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무교동 약간 골목 쪽에 있는데, SFC 후문 쪽 길은 자주 다녔는데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지요.
직장생활 20년 짬밥은 점심 시간 최적 시간이 11시라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조금 자유롭게 나갈 수 있고, 11시 반부터는 다들 나오시니 줄을 설 수 밖에 없지요.
제가 늦어서 11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지만 다행히 아직 줄 설 타이밍은 아니어서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밥 먹으러 나가려면 말 시키는 인간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 전에 와 봤어?”
“아니요.”
“여기 엄청 오래 되고 유명한 집인데, 줄 안 서고 들어온 건 거의 처음인데. 조금 일찍 오길 잘했어!”
“그렇지요? ㅎㅎ”
그렇게 담소를 하며 밥을 먹고 있는데, 꽤 넓은 식당 내부 자리가 점점 채워지고 복작복작 사람들이 많아지고 일하시는 분들이 바빠지시는 걸 보며,
‘아, 본격 점심시간이구나!’
싶었습니다.
“건더기 좀 더 먹어?”
“예?
국물 리필 말고 건더기 리필이 되나요?“
“응, 여긴 다 리필해줘.”
헛, 역시 단품으로 잘 되고 오래 된 집은 꼭 이렇더군요. 인심이 후한 면이 있고, 우리 집을 찾아주는 손님 대접을 해주십니다.
공깃밥 추가에 천 원, 2천 원을 꼭 더 받고,
어떤 집은 5천 원을 더 받는 곳까지도 있어 놀라기도 했지요.
(참고로, 수송동 나주곰탕도 공깃밥 추가는 무료이고, 점심 때는 동동주를 무료로 제공해 주십니다. 전통의 조계사 옆에서 오래 영업한 곳 답지요.)
그리고, 식당인데 햇반을 내오는 곳도 있습니다 ㅎㅎ
그렇게 건더기에, 국물에, 공깃밥까지 리필해서 먹어도, 추가로 돈을 받지 않으셔서 사실 조금 미안해질 지경이었지요.
음식은 마음이고, 식당은 기분이며,
다시 올지는 먹고 나서 그날 속이 편한지를 보라고 했는데,
3박자가 ‘합격’이었습니다.
또 갈 수 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래서 다들 다시 오고 줄을 서는 곳이겠지요.
일요일은 휴무인데,
토요일은 영업을 하기도 해서,
주말에 일하면 가족들과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자신은 일하고 가족들은 근처 청계천도 가고, 삼청동, 경복궁, 북촌까지 놀러 가기도 한다는 그 분의 말씀.
주말에 회사에 차 대면 무료인데,
이 무교동 북엇국 집은 자녀가 어리면 자녀가 먹는 값은 안 받기도 해서 더 오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히야, 여기가 파라다이스인가 싶었습니다.
물론, 예전엔 회사에서 주말에도 점심을 줘서, 와서 일하라고 하고, 본인은 일하고 가족들은 회사에서 밥 먹고 근처에서 놀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때가 낭만이 있긴 있었습니다. 요즘 그런 곳은 거의 없지요.
(그냥 토요일 회사 나와서 일 안 하고 집에서 밥 챙겨 먹는 게 낫다구요? ㅎㅎ 아재의 옛 추억이라 생각해 주세요~ 그때 그 시절엔 그런 것도 직원 복지 중의 하나라고도 했습니다.)
뷔페집에 초등 자녀를 데려가면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을 통해 증명해야 초등학생 비용으로 해준다고 하고, 몇 살 이하는 돈을 안 받거나 적게 받는데 마찬가지 증명을 해야 한다거나 아옹다옹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요. 주말엔 사람들이 몰리니 당연히 더 비싸게 받구요. 참 오랜동안 잘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북창동에도 골목길에 꽤 유명한 북엇국 집이 있는데, 그곳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맘에 들었지만, 한 동료가 위생상 조금 가기 싫어하는 걸 보며, 예민한 분들이 계실까 봐 추천하진 않습니다. 꽤 유명한 노포인데, 그런 곳 중에는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해 놓은 식당들보단 아무래도 스타일이나 해오던 방식이 조금 그럴 순 있어서 싫어하시는 분들은 싫어하시기도 하거든요. 여성분들에겐 특히 중요한 화장실도 그렇구요.
무교동 북엇국 집을 보면서는,
식당은 역시 재료, 위생 등 신뢰가 기본이고,
음식엔 정성, 거기에 손님에 대한 대접의 마음.
이란 걸 배우게 해 줍니다.
맛집 소개와 꿀팁을 드렸지만,
여기서 끝내면 아쉽지요?
한 곳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누리옥 시청역점
서울 중구 남대문로 1길 26-6 2층
0507-1376-6738
이곳은 이름에 들어 간 ‘옥’ 답게,
냉면으로 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평래옥처럼, 무슨 무슨 옥 자 들어가는 냉면집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 전문집 이야기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을지로, 충무로, 종로 쪽으로 몇 군데가 있어서 가보았는데, 긴 줄에 비해 입맛에 맞지 않고, 가성비는 떨어져서 잘 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유명한 집들이 많으니 한 번쯤은 가보셔도 좋겠지요.
북창동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어서 길이 조금 헷갈렸지만, 막상 도착하니 동료들과 같이 갔었던 부대찌개 집이 1층에 있는 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근처에는 외국인 동료가 좋아했던, 오래 된 청국장 집도 있어 사실 어느 정도 아는 골목이었지요.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기고, 세상은 참 좁습니다. 아름답게 살아야 할 이유이지요.
이번에도 같이 일하게 된, 다른 외국인 친구와 밥 먹을 기회가 생겨,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카톡으로 ‘소고기뭇국’ 이라고 탁 찍어 보내서 놀랐습니다. beef 어쩌고 영어로 쓰거나, sogogi moogug 머 이런 식으로 썼으면 한 번에 알아먹지 못했을 수도 있었는데,
“I love 소고기뭇국.”
이렇게 카톡 message를 보내니 못 알아먹을 수가 없었지요.
주문할 때도 그 와중에 ‘특’을 찍으면서,
“Is this large one?”
이라고 말하길래,
“right” 하면서 특으로 2개 시켜서 잘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고기와 육수 그리고 시원한 맛과 소화를 돕는 무의 조화를 영국 친구라도 잘 알고 있었던 거지요.
더군다나, 한국인 대구 여성분과 결혼해서, 사우디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근무하며, 와이프와 자녀는 와이프의 고향인 대구에 살고, 자신은 서울에서 근무하며 주말엔 대구로 KTX 타고 내려갔다 월요일 아침에 온다는 말을 들으며,
왜 이 친구가 소고기뭇국에 밥까지 말아서 국물까지 finish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세계 백화점 본점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한 한식 다이닝 오공일에서 먹은 소고기뭇국도 참 좋았지만, 저에게는 누리옥이 한수 위였습니다.
가격은 오공일이 1.3 만원,
누리옥이 보통이 1.1 만원으로, 누리옥이 2천 원 더 저렴한데, 많이 드시는 분은 특 1.5 만원을 추천드리니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님 그냥 본인 가까운 데나 가시기 편하신 곳 가셔도 되구요 ㅎㅎ
분위기는 오공일이 좀 더 좋습니다. 오공일은 가급적 예약을 하고 가시길 권하구요.
지난 번에 둘이 먹어서 예약하지 않고 갔더니 단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먹었고, 바로 옆에 낯선 아저씨들과 거의 합석하듯 앉아서 조금 불편했거든요.
속 편한 한 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