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배님과 점심식사를 하면 자주 가는 곳이 있습니다.
선배님 회사 사무실과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위치가 가까워서 후배 된 도리로 가서 뵙고 근처 식당에 가곤 합니다.
몇 군데 실패 혹은 그럭 저럭 (So So)를 거쳐, 괜찮은 식당을 찾았지요.
고깃집인데 제가 좋아하는 갈비탕을 팝니다. 보통 갈비탕은 미국산 잘해야 호주산인 경우가 많은데, 전에 한번 소개해 드린 을지로 우촌처럼 한우를 사용해서 맛이 좋았습니다. 우촌 정도는 아니었지만, 낙원 상가 쪽의 오라카이 1층에 있는 하누소 정도까지는 되는 곳이었지요. 이 두 곳은 추천할만한 고깃집이고 갈비탕은 수준급이지요.
추천하는 곳과 비교해서 가성비에선 장점이 없습니다.
우촌과 갈비탕 가격이 같거든요. 1.8 만원. 당연히 시간이 있으면 우촌을 가야겠지만, 날도 덥고 걷기 힘들어 그냥 이곳을 갑니다. 그래도 맛있게 그리고 든든하게 잘 먹고 나올 수 있어서 선배님과는 따로 식당을 정해두지 않고 자연스레 이 곳을 찾습니다. 한 명이 맘에 들었지만, 다른 사람은 맘에 들지 않았던 곳도 있어서, 둘 다 좋아하는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요.
간만에 뵙고 인사를 올리고 그 갈비탕 가게를 찾았습니다. 친절하고 미인이신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지요. 지난 번엔 갑자기 비가 오는데 우산도 빌려주시고 잘 챙겨주는 분입니다. 식당 주인으로 장사하시면서 서비스 하실 때 저 정도겠지만, 만일 챙김을 받는 걸 좋아하는 남자에게 저렇게 해줄 수 있는 여성 분이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할 정도였지요. 누가 과도하게 챙겨주면 불편한 저 같은 사람에겐 아니긴 하지만요.
자주 가는 단골이고 저희는 보통 메뉴판을 보지 않습니다.
“갈비탕 두 개요.”
이렇게 말하거나,
사장님이 갈비탕 두 개요? 이렇게 흘러가는 게 통상이었지요.
그런데, 그날따라 사장님이 메뉴판을 가져오셨습니다.
그제야, 갈비탕 두 개 주세요.
말씀을 드리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십니다.
“아이쿠, 죄송해요. 오늘 갈비탕 재료가 아직 안 들어와서요. 오후에 들어오거든요.”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외식을 자주 하며 온갖 맛집과 식당에 가본 제 촉이 발동했습니다.
‘평일 점심 시간인데, 고깃집에 주요 메뉴 식재료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한 실수나 어쩌다 일어난 사고(?)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당 주인이 오래 하고 잘 되다 보니 게을러 져서 그런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주인은 딴짓 한다며 자리를 비우고, 식당은 지저분해지고 서비스는 개판 나고 맛은 없어지고. 결국 망하는.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손님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도심 식당이고 맛집으로 알려진 편이라, 직장인, 상인, 관광객까지 잘 되는 집들처럼 꽉꽉 차고 줄까지 서는데 말입니다. 전엔 이 가게도 손님들이 참 많았거든요.
어쩔 수 없이 다른 메뉴를 보는데, 다른 음식들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먹으러 온 음식. 평소 먹던 음식이 있어서 그걸 먹으려 왔는데. 멘붕 + 마뜩치 않았던 거지요.
그때 미련 없이 나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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