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1-1. 출발

Chapter 1-1. 출발

by 이상

그날은 평상시 출장일과 달랐다.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기 때문에 내 방 한편에는 옷가지만 챙기면 바로 떠날 수 있는 캐리어가 늘 준비되어 있었다.


짐을 챙겨 여유 있게 공항버스를 타고 한국에서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출장 가서 할 일과 나 자신만 되돌아보면 되는 시간.


젖혀진 의자에 기대어 한강과 지나치는 풍경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잠깐 눈을 붙이면 어느덧 공항에 도착.


여유 있게 도착한 공항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티켓팅을 하고 라운지에 가서 서류도 보고, 신문이나 잡지를 보며 준비된 음식을 즐기며 쉬는 시간.

하지만 그날은 숙취에 겨우 깨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집을 나섰다. 여유 있을 땐 금방 오던 공항버스가 그날따라 왜 이렇게 늦게 오나. 인천공항까지 택시를 타야 하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노심초사.


“어차피 비행기에서 자면 되잖아! 한동안 제대로 소주도 못 마실텐데 오늘 먹고 죽자!”


‘하아~ 어제 그놈 진짜 죽이고 싶다. 말려서 그렇게 술 퍼먹고 늦게 일어나서 제대로 짐도 못 챙기고 속 안 좋은 상태로 이게 무슨 꼴인가!’


라운지는커녕 비행기도 정말 겨우 탔다. 비행기에서 영화도 보고, 신문도 보고, 기내식도 즐기고, 맥주 한잔하고 꿀잠도 자고 해야 하는데… 자리에 앉자 긴장감이 풀어지며 피로가 몰려왔다.


눈 떠 보니 쪽지가 붙어 있다. 자고 있어서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꿈자리가 사나워서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면서도, 허리가 아파도 정작 깨어나지는 못했다. 그렇게 10시간이 흘러 있었고 미국 도착 직전에야 겨우 깨서 기내식 한 끼를 요청해서 먹을 수 있었다.


진상 손님을 바라볼 때 나오는, 입은 웃지만 눈은 화난 승무원의 눈치를 살피며.

아틀란타 공항 라운지에서 샤워를 하고 얼음 넣은 스프라이트를 한잔 때려 넣으니 정신이 조금 돌아온다.


그러고 보니 동행하는 다른 파트 박 모 부장님이라는 분이 있다고 했는데 이 분하고는 연락도 못했네. 키토에 도착해서 짐 찾는 곳이나 현지 픽업 친구 만날 때 보겠지 뭐. 일단 한숨 더 자자. 여기서도 몇 시간을 더 있어야 하니까.

“저기요. 혹시 C 과장?”

잠결이었지만 ‘아, 여기서 한국말로 나한테 이런 말할 사람은 그 한 번도 본 적 없는 박 부장님이겠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박 부장님은 덩치 크고 하는 일답게 FM 성격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난 자기 비행기 안 탄 줄 알았어. 연락도 안 되고.”

자기…? 이번 파견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기분 탓인가, 숙취 탓일까?

외모에 비해 지나치게 말이 많은 박 부장님과 동행하며 ‘이래서 출장 갈 때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같이 앉아서 가선 안 돼’ 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또 10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키토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에콰도르 내에서도 국내 비행기를 또 타고 가야 하는 바닷가 시골이었다.

‘그래서 스케줄이 키토에서 1박하는 것이었군.’

그렇게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2800미터 고지대에 있다는 키토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찌는 듯한 더위. 숨이 턱턱 막혔다. 어떻게 같은 나라에서 기온 차이가 이렇게 심하지.

첫날은 피곤하니 숙소에서 쉬라는 말씀을 전해 듣고 룰루랄라 도착한 숙소. 문을 열자마자 벽에서 기어 다니는 도마뱀들을 보며 확신했다.

‘잘못 왔구나.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