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 밤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 그리고 캐리어와 이민가방.
처음 여기 왔던 그때가 생각난다. 남미는 처음이라 긴장하면서도 미국 아틀란타를 경유해서 2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며 꾸벅 꾸벅 졸면서 왔었다.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거야. 영화를 몇 편을 때려도, 계속 자도 끝이 안 보이네.’
그때만 해도 이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이렇게까지 많이 하게 될지 몰랐다.
그날도 매일 똑 같은 일상. 아침 알람에 깨어 샤워하고 출근해서 이메일을 체크하고 회신하며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담당 임원의 호출.
‘무슨 일인지 미리 알려주고 불렀으면 좋겠다.’
다이어리 하나 들고 임원실에 들어갔다.
“A 부장이 담당하는 B 프로젝트 알지? 지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A 부장 딸내미가 고3이잖아. 두달만 다녀오면 되니까, 미국 경험도 많은 C 과장이 다녀오면 어때?”
‘미국하고 남미가 같은 아메리카지만 영어 쓰고 스페인어 쓰고 문화도 완전 다른데 무슨 말씀 하시나? 시험은 따님이 보시지 부장님이 보시나?’
마음의 소리는 접고, 두달이면 금방 가니깐 경험도 쌓고 해외수당도 받을 겸 다녀오겠다고 했다.
“네, 언제 가야 하나요?”
“그쪽 상황이 급하다니까 가능하면 다음주에 가지”
“알겠습니다.”
그때 타던 차를 중고로 팔고 왔어야 했는데… 속옷과 정장 그리고 평상복 등만 챙겨서 캐리어 하나만 들고 다음주에 비행기를 탔다.
나 또한 빰삐노가 될지 모른 채.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