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Oct 29. 2023

부자 되세요

소설 사기꾼 1화


전세 사기란 사회 문제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리하게 돈도 없는데 집을 사서, 집값과 같거나 혹은 그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아 집값 오르기만 바라던 사람들이 있었지요. 집값이 올랐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현실은 집값이 떨어져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났지요.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 임차인들의 안타까운 사정과 극단적인 선택.


보증금 돌려 받으려면 그 보증금 댈 다른 임차인 데려오거나, 아니면 돈 조금 더 주고 아예 사라는 임대인의 무책임한 요구.


어렸을 땐 500에 15만 원짜리 집 세입자이기도 했고, 지금은 다행히 집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집을 사기 위해 주말마다 내 사랑 강남 싸가지 같은 여친들과 데이트 겸 집 보러 다닌 적도 있었지요. 그러면서 많은 중개업자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부동산 시장을 점점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시세나 제도 등을 너무 잘 아니까 업자냐고 묻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창 열심히 살며 돌아다녔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역시 발품을 팔고 직접 대면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경험한 정보는 값집니다.


일을 하면서는 위에서 말씀드린, 불쌍한 임차인, 나쁜 집주인 임대인이라는 단순한 구도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요. 좋게 표현하면 시장 참여자, 나쁘게 말하면 임차인의 돈과 나랏돈 등을 뜯어 먹으려는 하이에나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목적은 돈이었지만,

그들의 생각과 욕심을 구체적으로 보고 들으며, 꽤나 살벌한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뉴스 등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실감이 났습니다.


“바보같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속아서 저런 집 계약한 임차인들이 바보 같지요?


아니오. 저 짓거리하는 사기꾼들 안 만나서 피해자가 안된 거예요.


걸려서 작업 당하면 거의 무조건 털리게 되어 있어요.“


사실 이런 전세 사기의 양태나 수법은 꽤 다양합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부분도 상당히 있구요. 그래서, 이 글을 쓰고는 싶은데, 처음과 끝 그리고 전개의 구상이 머릿 속에 딱 그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연재를 망설이고, 계속 생각하고 자료를 모으며 조금씩이라도 쓰며 구상하던 이유였는데요.


이제 ‘돈, 시간, 법’을 중심으로 한 연재 브런치 북을 시작하며, 이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과 전세 사기의 모든 양태를 담겠다는 욕심은 조금 미뤄두고, 일단 아는 부분부터 단편으로 다루고, 구상을 하며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이 글을 이어가며 완성 해보려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할 제 엉덩이에게 벌써부터 미안해지는군요.


제 글에 대한 응원의 말씀 뿐만 아니라, 참고 사례나 기사 혹은 도움이 될만한 조언도 환영합니다.


인간의 욕심이란 깊고 다양해서, 글을 쓸 때 많은 관찰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렸던 강서구 화곡동은 제가 살고 있는 곳과 아주 가깝습니다. 제 친구도 그곳에서 혼자 살다가, 신혼집을 그곳에서 마련하기도 했지요. 사기의 대상이 되는 빌라가 많습니다.


아파트가 너무 올라서 비싸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돈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이 빌라로 몰렸지요. 안타깝지만, 그 보증금도 전세 대출이 많았습니다.


즉, 그 돈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할 경우, 대출 만기 후 갚을 수 없어 연체가 발생하고, 보증보험을 통해 받지 못할 경우 신용 불량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천에 이어, 최근엔 수원, 대전 등에서도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지고 있고, 지금도 소위 깡통전세는 서울 영등포 등에 즐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토부 등의 공무원들이 대책을 마련하며 열심히 하고 계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다들 성실히 맡은 바 일을 하고 계시고, 피해 입은 세입자 분들을 어떻게라도 법과 제도 아래에서 도으려는 마음 갖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혹시 그러지 않을 극소수의 나쁜 공무원 분들이 계실까봐 노파심에 남겨둡니다. 제발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2C, 그러니까 제대로 알아보고 계약하고 들어가서 살았어야지. 작정하고 사기 친 다음에, 일 터지고 배 째라는 돈 없는 사기꾼 놈들을 우리 보고 어쩌라고. 막말로 내 돈도 아닌데 말야, 18. 내가 왜 이렇게 욕 먹고 개고생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필 인사철에. 지난 번에 영감님들 때문에 물 먹어서 이번엔 승진해야 하는데 말야. 하~ 일단 이번만 조용히 넘어가자.‘


재발 방지를 위해선 세입자들의 주의도 필요하지만, 관련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그리고 대책을 만들고 관리 책임이 있는 국토부 등의 공무원, 조사 및 처벌하는 경찰, 검찰, 판사 분들의 노력이 함께 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말씀 드려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벌고 부자 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고 죄를 지어선 안됩니다. 그런 분들은 엄하게 처벌 받아야, 범죄 수익 다 토해내고 깜빵 가기 싫어서라도 그런 짓을 다음 사람들이 하지 않겠지요.


이번 상상 속 소설에도 이런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봅니다.


세상엔 언뜻 좋은 말처럼 들리긴 하지만, 속내와 의도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부자 되세요.“


월세 계약을 마친 집주인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


“예? 아, 예”


계약한 세입자가 당황해서 대답한다.


“내 집이려니 생각하시고 편하게 쓰세요. 깨끗하게.

월세는 매달 25일에 꼭 좀 잘 부탁하구요.“


요즘은 월세를 선불로 받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쓰지도 않았는데 미리 돈을 내라니.

세상이 점점 팍팍해져 간다.


급하게 집을 구하던 세입자가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돌아가고, 아주머니가 말한다.


”중개수수료는 오늘 부쳐드릴께요. 수고했어요. 홍홍홍.


아 근데, 지난 번에 계약한 1512호 있잖아.


월세가 자꾸 며칠씩 늦어. 악질이야 아주 그냥.

사람들이 약속을 지켜야지 말이야. 요즘 젊은 사람들 못 쓰겠어, 정말. 자기만 알고, 참“


‘어차피 못 받으면 보증금에서 나중에 까면 되잖아요. 그럴려고 보증금 받는 거고요.‘


아니, 그래도 다 사람이 자금 계획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요.

나도 매달 들어가는 돈이 있는데 말야.


이렇게 나오면서 말이 길어질 게 뻔해서, 토를 달지 않았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요, 부동산 총각 이번에도 고마워. ㅎㅎ

근데, 아직 총각 맞지? ㅎㅎㅎ 또 봐용~ 좋은 일 있음 연락주고~~”


임차인이 집에 고장난 건 어떻게 해서든,

자기 돈 안 쓰려는 집 주인 아주머니는,

복비도 깎아보려고 노력하면서도, 저런 립 서비스는 주구장창 날렸다. 얄미웠다.


그렇게 시세보다 조금 더 비싼 월세를 고집하던 집 주인 아주머니는, 시간이 더 걸려도 자신이 원하는 금액으로 계약을 해서 그런지 뒷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저 아줌마 좀 웃기지 않냐?”


담배에 불을 붙이며, 부동산 중개업자 A가 말한다.


“왜요?”


같은 부동산에서 일을 배우는, 보조원 B가 되묻는다.


“아니, 자기가 부자면서, 월세 받아먹고 있는데, 월세 내는 저 사람이 부자가 되겠냐고.


집주인들은 왜 다들 저놈의 부자 되세요. 소리하는지 모르겠어. 자꾸 듣다 보니, 놀리는 것 같아.“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세요. 그래도 좋은 말인데, 부자 되면 좋잖아요. 말이라도.“


“으이그, 이 순진한 새끼, 사기꾼들이 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뒤통수 까는 거야, 시키야. 쌍욕 하며 사기 치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어!“


“예, 예”

B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근데, 우리 중개 수수료 이거 받아서 인건비는 커녕, 사무실 월세라도 나오겠냐.


부동산 광풍 불어서 다들 영끌한다고 난리 쳤을 때가 좋았지.


요즘은 거래도 별로 없고, 참 미치겠다 이거.


이따 사무실 가면 괜찮은 물건 좀 찾아봐라. 인터넷에 글도 좀 올리고.“


“예, 예”


‘아이고, 답답한 새끼. 할 줄 아는 말이 예, 예 밖에 없나. 일도 빠릿빠릿 못하고 저걸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하나, 이 불경기에. 입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A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심기는 불편해 보이는 것이 느껴지긴 하는지, B는 눈치를 보며 뒤 따라갔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4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